
특허 만료를 앞둔 MSD의 ‘키트루다’가 건강보험 급여 적응증을 확장해 경쟁력 유지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키트루다가 경쟁 제품들과 차별화된 접근성을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2023년 13개, 2024년 4개 적응증에 대해 급여 확대를 신청해 왔으며, 올해까지 총 17개 적응증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 이달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회의에서 11개 적응증의 급여범위 확대 적정성이 인정됐다. 올해 2월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11개 적응증에 대한 우선 급여기준이 마련된 이후 약 7개월 만의 낭보다.
현재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적응증을 다수 보유한 면역항암제로 손에 꼽히는 치료제다. 2015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흑색종을 적응증으로 처음 허가됐으며, 이후 적응증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현재 16개 암종에서 총 34개의 적응증이 승인된 상태다.
다만 키트루다의 전체 적응증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호지킨림프종, 흑색종, 요로상피암 등 4개 암종에서 7개 적응증이 급여화됐다. 이에 올해 초에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 지연 문제를 지적하는 성명을 내고 “급여 확대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있다”라며 “정부와 제약사는 재정 분담 문제를 이유로 키트루다 급여 확대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번 약평위를 통과한 적응증은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 △HER2 양성 위암/위식도접합부 선암 △HER2음성 위암/위식도접합부 선암 △식도암 △자궁내막암(2종) △소장암 △담도암 △직결장암 △삼중음성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이다. 1차 병용요법부터 고빈도 불일치 복구 결함 암종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향후 키트루다 급여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절차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MSD 사이의 보험약가 협상이 관건으로 꼽힌다.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과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를 거쳐 급여권에 진입하게 된다. 11개 적응증 모두에 대해 공단과 기업이 원만한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되는 지점이다.
키트루다의 주요 물질특허는 미국에서 2008년에 출원돼, 2028년 6월 13일 만료될 예정이다. 주요 물질특허 이외에도 다수의 특허로 겹겹이 보호막을 구축하고 있지만,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의 도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에 대한 다국가 3상을 지난해 4월부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CT-P51’의 3상을 미국과 국내에서 각각 승인받아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현재 MSD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 대비 편의성을 높인 피하주사(SC) 제형으로 특허 연장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키트루다SC의 허가 신청을 접수했으며, 이달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키트루다는 대표적인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로 꼽히는 제품인 만큼, MSD와 경쟁 기업들의 시장 쟁탈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SD에 따르면 지난해 키트루다의 글로벌 매출은 294억8200만 달러(약 40조6645억 원)로 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