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터질 게 터졌다" 반응
"양국 정식 의제로 협상해야"

산업계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와 관련해 “투자 확대 논의에 앞서 인력 안전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와 투자 규모 등 굵직한 경제 현안을 논의했지만, 정작 현지 근로자들의 신변 안전이라는 기본적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9일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달 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졌다. 양국은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관세 인하 등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했으나, 정작 중요한 것은 빠뜨렸다는 비판이다. 미국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 기업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체류하고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비자 문제는 공식 의제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이전부터 정부에 요구한 내용인데, 매년 경제 사절단을 꾸려 한미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관련 이야기는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며 “사업 투자에 관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비자 문제는 늘 뒤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도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에 비자 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늘 전달해 왔는데, 정부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현지 파견 직원 상당수가 정식 취업비자가 아닌 ESTA(무비자 입국)나 B1(상용 비자) 등을 활용해 일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 부처 간 시스템 엇박자가 심해졌다.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이 각자의 실적에만 치중하다 보니 앞뒤 다른 정책이 튀어나오는 것”이라며 “이처럼 무작정 체포 사례가 발생하면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국가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국 근로 비자를 요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싱가포르나 호주 등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미국 현지 취업비자 쿼터를 확보한 바 있다. 이같은 주제를 양국간 협상 논의 테이블에 올려 장기적인 목적의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도 자체적으로 비자와 출입국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연구위원은 “직원을 미국으로 파견 보내기 전에 미국 대사관을 통해 비자 체류자격에 대해 확실하게 답을 얻고 사람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주한 미국 대사관 측과 어떤 협력을 강화하고, 국토안보부를 연결해서 체류자격에 대해 문제 삼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주한 미국 대사관과 협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심사 기일을 줄여주는 정도가 전부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재계 관계자는 “비자 문제는 기업보다는 정부가 협상에 나서서 해결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