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해외 포닥' 출신
외국 국적 77명ㆍ해외파 84명
인재 발굴 문제ㆍ해외 재유출 우려
"정착환경 만드는 게 최대 과제"

이재명 정부의 첫 인공지능(AI) 인재 육성 정책이 국내 인재 양성보다 해외 인력 유치에 힘이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AI 분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박사후연구원(postdoc·포닥)’ 채용 사업 결과 해외 인력이 전체 인원의 43%에 달했다. 국내 AI 인재 발굴 문제와 함께 어렵게 길러낸 인재마저 다시 해외로 유출되는 ‘국내 정착’ 문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국내 4대 과학기술원(KAIST, UNIST, DGIST, GIST) 중심의 ‘이노코어 연구단’ 정원 400명 중 368명의 채용을 확정했다. 정원의 90% 이상이 채용된 가운데 ‘해외 포닥’은 161명, 국내 포닥은 20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포닥은 해외 소재지 기관에 소속된 내국인·외국인 우수 포닥을 기준으로 한다. 이 중 외국 국적의 AI 인재는 77명, 해외 기관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내국인 인재는 84명이다.
정부는 6월 국내 박사급 고급 인재의 두뇌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협력해 이노코어 연구단을 출범시켰다. 4대 과학기술원 출연금 사업 형태로 진행되며, 올해 300억 원(6개월분)을 시작으로 5년간 매년 600억 원씩 총 3000억 원을 집중 투자한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대 과기원 포닥의 평균 연봉은 MIT의 41% 수준으로 국내 박사학위자가 미국 포닥으로 취업하는 등 고급 과학기술 인재의 해외유출이 빈번한 상황”이라며 “우수 연구역량을 갖춘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들의 국내 정착과 국제적 연구자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포닥 연구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연 9000만 원 이상의 처우를 약속했다. 국내 박사후연구원의 평균 연봉으로 알려진 약 5000만 원의 1.8배 수준이라 관심을 모았다.
중국의 딥시크(DeepSeek) 핵심 개발자는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포닥이었다. 첨단기술 연구의 핵심 주체가 될 포닥 유치에 정부가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한 연구단 관계자는 “해외 우수 인재를 유입하는 것은 전력에 굉장히 큰 보탬이 된다”면서도 “연구단은 AI 인재들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전자정부 누리집인 지표누리에 따르면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는 2018년 6351명에서 2024년 6551명으로 늘었다.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전년도 8월 졸업자와 당해 연도 2월 졸업자의 합을 말한다. 이공계 박사 인재가 꾸준히 배출되는 상황에서 국내 포닥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국내 대학에서 석·박사를 한 AI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 우수 인재들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한 과기부 관계자는 “채용된 포닥이 연구단에 안주하지 않고 1~2년 안에 다른 양질의 일자리로 나가게 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라며 “국내 이공계 박사 졸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민간이든 공공이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