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래 먹거리 확보 움직임
오픈AI와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카톡 기반 수익 모델 확장 기대

지난해 취임 직후 카카오의 위기 수습에 집중했던 정신아 대표가 이제는 미래 사업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임기 첫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던 사법리스크 수습과 조직 쇄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 개편 등 핵심 사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지난 1년간 경영 투명성 강화와 체질 개선을 전면에 내세워 카카오 내부 동요를 최소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래 먹거리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지난 2월 오픈AI와의 전격 협업을 공개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자체 AI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기보다 글로벌 빅테크의 모델을 유연하게 조합·활용하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AI 지각생’으로 평가받던 카카오가 현실적 선택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달 23일 열리는 연례 개발자 행사 ‘이프 카카오(if Kakao)’는 정 대표 체제 2막을 상징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이 자리에서 카카오톡 개편 방향과 오픈AI 협업의 첫 결과물을 공개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톡 채팅 탭에 오픈AI의 챗GPT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 대표의 선택은 단순한 기술 탑재를 넘어 카카오톡의 플랫폼 경쟁력 재정립과 직결된다.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은 이용자 일상과 맞닿아 있는 서비스인 만큼 AI 결합은 카카오 생태계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지난달 진행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AI 서비스인 오픈AI와 국내에서 가장 압도적인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가 만나 한국 B2C AI 서비스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번 협업을 통해 챗GPT 이용자를 카카오톡에 ‘록인’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챗GPT 기능이 카카오톡 채팅 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이용자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이는 곧 광고·커머스 등 카카오톡 기반 수익 모델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플랫폼 혁신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도 카카오의 AI 행보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일찍이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2017년 2월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하고 직접 대표를 맡으며 AI에 ‘진심’을 보여왔다. 카카오의 성장 축을 데이터와 AI에서 찾아야 한다는 그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그룹 차원의 AI 투자와 실행 속도가 기대만큼 붙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국가 차원의 AI 전략 경쟁에서 카카오의 존재감이 옅게 비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 혁신과 오픈AI 협업 성과가 정신아 대표 리더십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결국 정신아 대표가 김범수가 초기에 그려놓은 ‘AI 중심 기업’ 구상을 현실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카카오의 향방을 가를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