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확정하면서 핵심 기능인 에너지 정책을 넘겨주게 된 산업통상자원부 내부가 혼돈에 빠졌다.
부처의 위상과 미래는 물론, 당장 눈앞에 닥친 개인의 거취 문제까지 얽히면서 조직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8일 정부부저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조직개편안에는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의 환경 정책과 통합하고, 이를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업무 분할의 내용이다. 원전 수출, 해외 자원 개발 등 그간 산업부의 핵심 성과로 꼽히며 주목받았던 업무들은 대부분 산업부에 그대로 남는다.
반면 끊임없는 규제와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조정이 필수적인 에너지 수급 문제나 국민적 민감도가 높은 전기요금 정책 등은 신설 부처의 몫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밑그림이 알려지자 산업부 내부에서는 "결국 힘든 일만 떼어서 내보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사무관은 "성과를 내기 좋고 대외적으로도 주목받는 업무는 존치시키고, 각종 민원과 갈등에 시달려야 하는 궂은일만 분리해 내보내는 격"이라며 "누가 선뜻 신설 부처로 가고 싶어 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에너지 정책의 핵심 동력이 분산되면서 정책 시너지를 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문성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인사 문제는 이러한 불안감에 기름을 붓고 있다. 산업부는 타 부처에 비해 승진이 늦는 '인사 적체'가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 출신들이 주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신설 부처로 이동하게 될 경우, 조직 내 입지는 물론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최악의 경우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환경부 후배를 상사로 모셔야 하는 '암담한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수십 년간 산업 현장과 에너지 정책을 다뤄온 전문성을 인정받기는커녕, 새로운 조직 문화에 적응하며 낯선 이들과 승진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