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신설 17년만에 조직 개편
금소원 분리하며 연계 공백 우려
"전문 트랙 설계해 연속성 확보해야"

대선·개각 등 정치의 시간이 열릴 때마다 금융당국 조직도가 뒤집혀 왔다. 새 정부가 17년 만에 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확정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치적 명분을 떠나 초기 설계를 촘촘히 짜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와 여당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금융위원회가 맡아온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현재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감독 기능의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돼 금감원과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이번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개편 시초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정부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관치금융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한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했고, 이듬해에는 은행감독원·보험감독원·증권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에 나뉘어 있던 감독 기능을 통합해 금융감독원을 출범시켰다. 재정경제부가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금감위가 감독, 금감원이 집행을 맡는 삼각 구조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감독 분리 구조가 이 때와 비슷하다.
이후에도 조직 변화는 이어졌다. 2001년 신용금고 부정대출 사건, 2003년 카드사태를 계기로 세부 감독체계와 업무 분장이 조정됐고, 금감위는 정책·법령 관련 감독정책 기능, 금감원은 상시감시와 검사 등 현장 역할에 집중했다.
현재의 체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자리 잡았다. 시장친화적 금융정책과 감독 효율화를 위해 분리돼 있던 기능을 통합하면서 금감위를 폐지하고,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감위의 감독 총괄 기능을 합쳐 금융위원회를 신설했다. 금감원은 금융위 산하 기관으로 검사·제재 집행을 담당했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겸직을 금지해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뒀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조직 개편이 진행됐다. 당시 정부는 금융위 내 금융소비자국을 설치하고 금융혁신기획단을 새로 만들어 보호와 혁신 두 가지 역량에 집중했다. 2021년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지도·점검 체계가 가동되며 판매행위 규율이 한층 정비됐다.
전문가들은 분리·이원화의 전문성 강화라는 장점은 살리되, 정책·감독·소비자보호 각 기능이 끊기지 않게 초기에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분리를 택한 만큼 각 기관의 전문성을 키우려면 우선 정책과 감독의 통합적 관리와 거시 연계 약화를 막는 장치를 법·규정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며 "가계부채나 부동산 여신 같은 이슈는 거시건전성 판단과 감독·검사 현장이 딱 떨어질 수 없는 만큼, 초기 정보 공유와 공동 집행루틴을 제도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소재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금감원에서 금소원으로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할 때는 검사·제재, 분쟁조정의 연결이 끊기지 않게 연계 프로토콜을 서둘러야 마련해야 한다"며 "정책 기능의 재정경제부 이관 뒤에는 순환보직에 따른 전문성·연속성 저하를 막을 전문 트랙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어느 한 기관에만 힘이 실리거나 빠지는 일이 없도록 엄밀한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