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협의회’ 신설…조율 능력 관건
법률 개정 등 과제 산적 “쉽지 않을 것”
“민감한 시기 경제사령탑 개편 큰 모험”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17년 만에 대대적 개편이 예고된 금융감독체계의 핵심은 크게 금융감독위원회 부활, 금융위원회 해체다. 애초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위원장을 내정하고 금융 정책을 칭찬하는 등 금융위 존치론이 부상했으나 결국 해체 쪽으로 결론이 났다. 금감위 산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둔다. ‘금융감독원’과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승격한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금융당국 개편은 기획재정부 조직 변화와 맞물려 있다. 기재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된다.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재경부로 이관된다. 감독 기능은 2008년 해체됐다가 이번에 다시 설립되는 금감위로 흡수된다.
금융감독당국의 정점인 금감위는 정책 권한을 내려놓고 감독 기능만 맡는다. 금감원과 금소원은 각각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전담한다.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은 별도 임명해 권한을 분리하고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처에서 독립 기관으로 떼어 낸 금소원장도 인선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금융 정책, 감독과 밀접한 당국은 기존보다 많은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소원 4개로 늘어난다.
조직이 쪼개지면서 부처 간 혼선을 막을 컨트롤타워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당정이 공감대를 모은 국정기획위원회 개편안에는 기존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인 ‘F4 회의’를 강화한 ‘금융안정협의회’ 신설 방안이 포함됐다.
금융안정협의회에는 재경부, 한국은행, 금감위,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등이 참여하며 국무총리 산하 공식 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목표는 경제·금융 위기 대응과 정책 공조 강화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감독 업무의 공공성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인사·예산이 정부 통제를 받게 되면서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맞선다. 금감원은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2009년 해제된 바 있다.
금융위 산하기관들의 소속도 재경부로 바뀌게 된다.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금융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국정감사도 국회 정무위원회가 아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받게 된다.
금융권은 금융당국 개편에 따른 정책 혼선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문제만 해도 기관별로 입장이 갈렸는데 앞으로는 네 곳의 ‘시어머니’ 눈치를 봐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과거 1998년 재경부·금감위·금감원 체제에서도 업무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경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편의 명분은 정책과 감독의 분리, 소비자 보호 강화지만 위기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02년 신용카드 사태처럼 쪼개진 금융감독 체계가 신속 대응을 가로막았던 사례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개편을 밀어붙인 것은 그만큼 경제부처에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1%대에 그치는 경제성장률을 말하는 지금 경제 사령탑 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은 심각한 모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개편이 실제 이뤄지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 정부조직법, 금융위설치법, 은행법 등 다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후속 입법을 다루는 정무위의 위원장이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달 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조직 개편 문제가 불거져 정무위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조율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