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카 990원 소금빵 논란, 진짜 문제는 ‘유통구조’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5-09-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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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의 '물가 환기' vs 자영업자의 '현실 무시'

▲소금빵. (출처=오픈AI 달리3)
▲소금빵. (출처=오픈AI 달리3)

경제 유튜버 ‘슈카’가 지난 8월 서울 성수동에서 ‘ETF 베이커리’ 팝업스토어를 열고 소금빵을 파격적으로 990원에 판매하자 자영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러 빵을 비싸게 만들어 파는 상술만 부린 사람들로 낙인 찍힌다는 비판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슈카는 사과했지만,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자영업자 갈라치기” 프레임의 함정

슈카의 소금빵이 문제가 된 건, 정말 990원에 팔 수 있던 것이냐는 점이다. 슈카는 '착한가격'이라며 홍보했지만, 이를 보는 소상공인들은 “기본 재료비만도 800원에 임대료, 인건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불가능한 가격”이라며 답답해했다.

온라인 여론이 뜨거워질수록 논쟁의 초점은 슈카와 자영업자 간 갈등으로 쏠렸지만 정작 핵심은 아니었다. 이번 논란의 진짜 핵심은 왜 똑같은 소금빵이 이토록 다른 가격으로 팔리는 지에 대한 구조적 문제에 있다.

팝업스토어 기반 이벤트, 990원 가능의 비밀

먼저 슈카는 어떻게 소금빵을 990원에 팔 수 있었을까? 그 핵심은 팝업스토어 형태에 있다. 단기 협업 형태로 운영되면서 장기 임대료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이벤트성 운영 덕분에 최소한의 인력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즉, 990원이라는 가격은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구조가 아니라, 일시적이고 이벤트성 구조 덕분에 가능했던 실험적 가격이었다.

반면 최근 늘어난 동네 개인 베이커리는 소규모 운영이라는 한계 때문에 대량 구매가 어렵다. 원재료 단가도 상대적으로 높다. 여기에 상권에 따라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구조다.

‘빵플레이션’ 현실 폭로: 한국 빵값, 세계 상위권

▲최근 한국의 500g당 빵값이 전세계 10위로 나타났다.  (사진제공=NUMBEO)
▲최근 한국의 500g당 빵값이 전세계 10위로 나타났다. (사진제공=NUMBEO)

슈카의 팝업스토어는 '빵플레이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의 빵값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속한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2019년 보고서에서 서울의 빵 1킬로그램(kg) 가격이 15.59달러(약 2만1,050원)로 가장 비쌌다고 발표했다. 또한, 최근 물가 설문조사 사이트인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의 500그램(g)당 빵값은 2.98달러(약 4,020원)로 전 세계 10위에 올랐다.

이러한 높은 빵값의 원인으로는 인건비, 복잡한 유통 구조, 밀 수입 의존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형 매장이 중심이 되어 있는 한국의 베이커리 산업 구조는 고정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현실 반영 부족 vs 사회적 메시지: 정당성 논란

▲베이커리. (출처=오픈AI 달리3)
▲베이커리. (출처=오픈AI 달리3)

슈카의 990원 판매 행위는 소비자에게는 혜택을 주는 시도로 볼 수 있지만, 자영업자와 업계 관점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가격 경쟁으로 비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일부 학자와 시민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가격이라도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높은 물가에 대한 문제를 환기하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지적한 행위를 사회적 실험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한 가격 논쟁을 넘어, 소비자 혜택, 업계 현실, 사회적 메시지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다.

소비자 vs 자영업자

소비자의 입장: '저렴한 가격의 빵을 원한다'

소비자들은 슈카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싸게 팔았다고 욕먹는 게 말이 되냐"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 사용자는 "한국에서 알려진 가격이면 소금빵에 손이 안 갈 것 같다"며 한국의 높은 빵값을 지적했다.

자영업자의 입장: '현실을 무시한 가격 책정'

자영업자들은 슈카의 가격 책정이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한 베이커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빵은 토핑이 많이 있는 편"이라며, "우리는 흔히 빵이 주식인 프랑스 같은 곳의 바게트와 비교하곤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천지 차이"라고 설명했다.

990원 실험의 여파

슈카의 990원 소금빵 논란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가격 전략을 넘어, 한국 베이커리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업계에서는 단기 이벤트성 가격을 통한 소비자 유인과 장기적인 수익 구조 간 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또한 소비자와 자영업자 간 의견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통 구조와 원가, 인건비 등 가격 형성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움직임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실험적 가격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메시지를 신중하게 조율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슈카를 '혁신가'로 지칭하면서 "싸고 좋은 걸 만들어 욕먹는 세상이면 누가 혁신 경쟁에 뛰어들겠느냐"며 "슈카는 칭찬을 들어야지, 욕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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