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조선ㆍ방산 저가 매수…원화 약세는 부담

8월 11% 빠진 한화에어로에 1270억
현대로템ㆍ한화오션ㆍ항공우주 등 쇼핑
1380~1400원 박스권 투심 영향 우려

9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조정받은 조선ㆍ방산 관련주를 공략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939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1조6495억 원어치를 팔았다가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가 계절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기 어려운 시기에 진입했다는 우려 속에 외국인 자금이 증시 하단을 받치는 요소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273억 원)다. 현대로템(809억 원), 한화오션(463억 원), 한국항공우주(198억 원) 등에도 자금이 들어왔다. 외국인은 개인이 매도한 물량을 흡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현대로템(-1609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517억 원), 한화오션(-1060억 원) 등을 정리했다.

상반기 주도주인 조선ㆍ방산이 하반기에 그간의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며 저가 매수 심리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각각 11.24%, 4.90% 하락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8일 종가 기준 연중 최고점(11만7700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달 12일 연고점 대비 11% 넘게 빠지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도 외국인이 개별 종목 매수에 나선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근 정부가 확정한 2026년도 예산은 728조 원으로 본예산 기준 올해보다 8.1% 많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취지다.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인공지능(AI)과 연구개발(R&D) 예산이다. AI 예산에 10조1000억 원을 반영해 로봇과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역대 최대폭으로 인상된 R&D 예산에서는 AI(A), 바이오(B), 콘텐츠(C), 방산(D), 에너지(E), 제조(F) 등 이른바 ‘ABCDEF’ 산업에 방점이 찍혔다.

김대준ㆍ김건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방향성이 모호할 뿐 개별 종목 재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년 예산안을 토대로 투자아이디어를 생각해볼 수 있으며, ABCDEF 등 첨단산업 종목에 대한 비중 확대가 유리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외국인 투자심리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오른 1392.3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380~1400대 박스권에 갇혀 있던 흐름이 지속하는 양상이다. 원화가 약세일 때는 원화로 환산한 투자금이 줄어 외국인 투자 유인이 적어진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달러가 약세로 전환했지만, 다른 국가 통화 대비 한국 원화의 언더퍼폼(underperform)이 지속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종료 등 미국 경기와 통화정책과 연동한 달러화 방향성이 원화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