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 규제 역풍…AI 기본법, 졸속 입법 땐 '발목'

입력 2025-09-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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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의 깃발이 걸린 가운데, 3일 발표된 디지털 규제 논의가 한국 AI 기본법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깃발이 걸린 가운데, 3일 발표된 디지털 규제 논의가 한국 AI 기본법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AI) 기본법’을 둘러싸고 성급한 제도화가 국내 AI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부 시행령과 제도 설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규제 프레임이 먼저 작동할 경우 미·중과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보여준 부작용을 국내 제도 설계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U가 빅테크의 반독점 행위를 막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DMA는 당초 취지와 달리 소비자 경험을 저하했고 혁신을 억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이 발간한 'EU 디지털 규제의 이면' 보고서에 따르면 EU가 공정 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도입한 DMA는 역설적으로 유럽 경제 전반에 막대한 비용을 안겼다. 보고서는 디지털 규제가 초래하는 비용만 연간 976억 달러(약 136조 원)에 달하며 DMA로 인한 서비스 부문 매출 손실 규모는 최대 1140억 유로(약 185조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실제 DMA는 유럽의 디지털 혁신 역량을 약화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EU를 더욱 뒤처지게 만들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플랫폼 서비스 효율성 저하로 인해 더 높은 운영·마케팅 비용을 부담하면서 경쟁력이 약화했다. 혁신을 촉진하겠다던 규제가 오히려 혁신 격차를 키운 셈이다.

소비자 피해도 속출했다. DMA 시행 이후 주요 디지털 서비스가 유럽에서 지연 출시되거나 아예 제공되지 않으면서 현지 소비자들은 “디지털 2등 시민”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를 EU에서는 올해 4월이 되어서야 내놨고 구글의 ‘AI 오버뷰’도 글로벌 공개 후 10개월 뒤인 올해 3월 일부 회원국에서 제한적으로 시작됐다. 애플의 ‘아이폰 미러링 기능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됐지만 EU에서는 규제 문제로 지금까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미국 빅테크 견제를 목적으로 출발한 DMA가 되레 유럽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 족쇄’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DMA를 모델로 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EU AI법을 차용한 AI 기본법도 충분한 검증 없이 섣부르게 도입될 경우 유럽과 같은 규제 역풍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기본법은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지만 잘못 설계될 경우 성장 동력을 제약하는 규제 리스크로 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분야에서 중위권에 머무는 우리나라가 규제 논의만 앞세우면 미국·중국 같은 선도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며 “산업 진흥과 규제를 병행하되 기계적인 균형이 아니라 산업 진흥에 더 무게를 두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행 유예나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디지털경제연구원은 “규제 도입 전 국내 디지털 생태계에 미칠 실질적 영향을 면밀히 조사·분석해야 하며, 한국 고유의 플랫폼 구조를 반영한 다양한 비용·편익 시나리오도 필요하다”며 “전면 규제보다는 시범 운영을 통한 점진적 접근과 업계와의 지속적 대화를 통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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