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도 매출·고용 등으로 변화…지원 필요 기업 순위 밀리기도
“성과 위주 정책, 창업 벽 더 높여…실패 통한 경험 장려해야”
“창업보육센터 노하우·인프라 적극 활용…자율성 높이는 방안도”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보육센터(BI·Business Incubator) 관련 예산이 해마다 감소함에 따라 지원금이 삭감된 지방 대학들은 센터 운영을 포기하거나 존속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지원 방향성도 운영비 지원 위주에서 성과 중심 평가로 전환되면서 지역 창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창업 정책이 단순한 성과 지표 달성에 치우치기보다는 학생들의 창업 의지를 고취시키고 다양한 경험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보완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중기부의 창업보육센터 관련 예산은 과거와 지원 방식이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운영비를 계속 지원하는 개념보다는 센터가 자립해 인프라를 활용해 수익을 내고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라는 요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예비 창업자는 사업 기간 내 창업을, 초기 창업자는 매출·고용 성과를 유도받는다”며 “그러다 보니 진짜 지원이 필요하고 어려운 기업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방 대학에서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현 우석대 창업지원센터 교수는 “지역 창업의 경우 특화된 콘텐츠를 갖고 창업을 해야 하는데, 정책적 지원 미흡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며 “중기부에서 지급되는 예산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원 정책이 교육 단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사후 관리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유통 채널 등을 확보해 창업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해야 학생들도 창업을 긍정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고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과만 강조한 정책은 창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을 지낸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창업 정책의 핵심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대학생들은 당연히 실패를 경험하지 않겠나.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실패할 수 있다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학회장을 지낸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도 “성과 위주에만 매몰된다면 미래가 불확실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취업에 매달리고 창업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도전하고 실패해 보는 것을 장려하는 기업가정신 교육도 필요하다”며 “특히 지방 대학들에는 멘토링 등을 통해 창업으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보육센터의 활용 방안에 대한 정책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창업보육센터가 갖춘 노하우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며 “사업 상용화 이전에 센터를 통해 1차 검증을 하는 등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업보육센터는 중기부에서 통제를 많이 한다.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사업계획 등과 관련해 제어를 많이 하다 보니 기업들이 제약을 받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의 보완도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