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수년째 성장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의 소비가 여전하긴 하지만, 원두커피 전문점과 RTD(Ready to Drink) 음료의 확산으로 전통적인 커피믹스의 성장 동력은 줄어든 지 오래다.
원재료 부담액의 증가로 가격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돌파구를 찾기 힘든 시장에서, 동서식품은 색다른 접근을 택했다. 바로 체험형 마케팅이다. 커피 한 잔을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경험재로 전환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효용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동서식품은 26일까지 경북 경주서 ‘맥심가옥’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환대’를 주제로 한 이 팝업스토어는 전통 한옥 공간에서 맥심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 곳에서 방문객들은 ‘모카골드 시나몬 라떼’, ‘화이트골드 쑥 라떼’, ‘호박달당’, ‘맥심오릉’, ‘색동저고리’ 등 맥심 커피믹스로 만든 스페셜 메뉴와 ‘화롯불 브루잉 커피’ 같은 이색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곳은 체험 공간인 '행복하당'이다. 이곳은 '맥심가옥'을 단순한 시음 공간이 아닌 '체험형 관광 자산'으로 기능하도록 만든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이 곳에서 행복 머그컵 키링과 민화부채, 나만의 책갈피를 직접 만들거나 셀프 생활한복 스냅 촬영 등을 할 수 있다. 이어 '맥심이당'에서는 맥심 브랜드와 국내 커피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고, 맥심가옥 스페셜 패키지와 각종 굿즈를 구입할 수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에도 전북 군산에 브랜드 체험공간 ‘맥심골목’을 운영했다. 맥심골목에서는 ‘맥심방앗간’, ‘맥심슈퍼’, ‘맥심한의원’ 등 각각 특별한 콘셉트를 담은 여섯 가지 공간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한 달간 약 12만명이 방문해 관광명소로 호평을 받았다.
동서식품의 이러한 도전은 기존 팝업스토어의 한계를 넘어, 브랜드와 로컬이 공존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희소성과 경험재 효과를 동시에 활용한 마케팅 사례로 주목받았다. 동일한 커피믹스라도 ‘맥심가옥 한정 메뉴'나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굿즈’라는 조건이 붙으면 소비자에게 주는 효용이 달라진다.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은 수요를 증폭시키는 ‘희소성의 경제학’을 보여준다. 동시에 체험을 통해야만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커피는 단순 소비재를 넘어 경험재로 전환된다.
소비자는 ‘맥심 믹스커피는 어디서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감정적 만족을 얻기 위해 체험 공간을 찾는다. ‘추억을 소환하는 레트로 공간’, ‘SNS에 올릴 만한 특별한 사진’, ‘한정판 굿즈’는 모두 소비자의 제한적 합리성을 자극하는 장치다. 이는 단순한 기능적 효용이 아닌, 심리적·사회적 효용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 행태와 맞닿아 있다.
소비자 간 네트워크 외부성도 큰 역할을 한다. 맥심가옥과 맥심골목에서 찍은 사진은 SNS에 공유되고, 이는 또 다른 방문 수요를 불러일으킨다. 한 사람이 누린 체험이 다른 사람의 효용에도 영향을 주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면서 브랜드 경험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
불황기에 체험 마케팅은 특히 효과적이다. 맥심가옥·맥심골목 같은 체험 공간은 ‘소확행’ 성격의 소비를 자극한다. 큰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을 줄이고 지출을 유도한다. 이는 경기 침체기에도 브랜드가 매출과 존재감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 된다.
동서식품이 보여준 길은 분명하다. 커피믹스는 더 이상 단순히 싸고 편리한 음료가 아니라는 것. 전통과 현대, 지역과 브랜드, 체험과 공유를 묶어낸 문화적 상품이 될 때 오래된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동서식품은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