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4회째를 맞은 'BE-MUT' 정기 공연의 특징에 관해 김정아 예술감독은 최근 본지와 만나 "각각의 안무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풀어나가는지 살펴보면 시대적 차이와 안무가의 특성에 따른 방법론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사단법인 무트댄스(MUT DANCE)는 2019년 작고한 고(故) 김영희 교수가 25년간 이끌어온 무용단 '김영희 무트댄스'를 계승한 단체다. 김 교수 작고 이후 김 감독이 법인화해 그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무트댄스의 'MUT'는 육지를 의미하는 순우리말 뭍(육지)을 의미한다. 대지를 밟고 서 있는 모습으로부터 춤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감독은 "무트댄스의 단원들은 모두 한국 무용을 전공한 예술가들"이라며 "무트댄스만의 한국적 호흡법을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BE-MUT'는 무트댄스가 기획한 정기 공연의 제목으로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12일(서강대 메리홀 대극장)과 17일(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이틀간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안무가들이 저마다의 다채로운 몸짓을 뽐낸다.

아울러 주목할 만한 점은 헝가리 국립 죄르발레단과의 협업이다. 죄르발레단은 1979년에 창단된 헝가리의 대표무용단이면서 헝가리 무용 축제를 주최하고 있는 헝가리 무용계의 권위 있는 단체다.
무트댄스와 죄르발레단과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트댄스는 2023년 헝가리 국립무용단의 초청으로 현지에서 여러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메드비지 이스트반(MEDVIGY Istvan)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장은 이번 공연에 대해 "2년전 헝가리 공연을 계기로 죄르발레단을 한국에 초청해 김 감독의 작품과 더불어 라슬로 벨러케이 죄르발레단 단장의 연출작을 선보이는 문화 교류 프로젝트가 기획됐다"라고 설명했다.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은 전 세계 26개 헝가리 문화원 중 가장 젊은 기관이다. 2019년 헝가리-한국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열었다. 메드비지 원장은 "개원 6년 만에 우리는 한국 사회에 헝가리의 풍부한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대표적인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라고 밝혔다.
헝가리 앞에 '리스트'를 붙인 이유는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헝가리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역사적 인물을 문화원 명칭에 넣음으로써 헝가리 문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자는 취지다.
이스트반 원장은 "명동에 위치한 문화원은 음악, 무용, 전시, 교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매년 수만 명의 관객과 만나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활동을 확대하며 더 많은 한국인들이 헝가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트댄스의 이번 공연 역시 헝가리 문화원의 적극적인 후원 덕분에 무사히 준비할 수 있었다. 우선 관객들은 이번 공연에서 김 감독의 안무작 'Mirror'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거울 속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과 자아를 탐구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거울을 매개체로 인간이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형상화한다.
'Mirror' 외에도 벨러케이 단장의 작품 'KODÁLY'를 새롭게 재구성해 안무한 작품 'Romance'를 감상할 수 있다.
헝가리 무용수들과의 협업에 관해 김 감독은 "헝가리 무용수들의 몸짓에 한국무용의 특징을 녹이려고 많이 노력했다"라며 "한국적 느림과 연결된 호흡법을 최대한 강조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스트반 원장 역시 "헝가리와 한국의 문화 관계는 점점 더 긴밀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협력은 그 좋은 사례"라며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비평가들로부터 인정받은 두 현대무용단체가 함께하는 문화 교류이자 공동 프로젝트다. 외교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서 뮤지컬, 콘서트 등 대면 공연 문화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무용, 발레, 연극 등은 여전히 비주류 장르로서 대중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헝가리는 무용과 연극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강하다. 당연히 봐야 하는 예술로 생각한다. 특히 죄르 지역 주민들이 무용수나 연극인들을 알아보면서 존경심을 표하는 것에 매우 놀랐다"라며 "언젠가는 한국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라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이 세계인들이 관심을 받으면서 한국무용에 관한 관심 역시 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 등의 후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