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유방암 치료제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적응증은 물론 건강보험 급여 범위 확대 시도가 이어지며 국내 환자들의 선택지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일라이릴리,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유방암 치료 항암 신약들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유방암의 유전자 변이 유형과 치료 단계에 따라 다양한 활용 요구가 늘면서 급여 확대 및 적응증 추가 절차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는 급여 범위 확장에 나섰다. 엔허투는 현재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 양성 환자 가운데 조건을 만족한 일부에게만 제한적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나머지 적응증인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에는 비급여로 투약된다.
올해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는 엔허투 급여 확대를 논의했지만 ‘급여기준 미설정’으로 결정됐다. 이에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HER2 저발현 환자가 비급여로 엔허투를 사용할 경우 4주 간격으로 주사 1회에 500만~700만 원이 소요된다며’며 급여화를 요청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8월 8일 시작된 해당 청원은 9월 1일 기준 2만5867명의 동의를 모았다.
릴리의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역시 급여화 요구가 높다. 이 약은 2019년 국내 도입돼 호르몬수용체(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 림프절 양성인 조기 유방암 등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에 대해서는 급여가 적용되지만, 조기 유방암에 대해 올해 7월 열린 심평원 암질심에서 급여기준 미설정으로 결론이 나면서 비급여로 남았다.
릴리가 조기 유방암에 대한 버제니오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향후 급여화 재도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릴리는 버제니오와 내분비요법으로 2년을 치료한 환자에 대해 5년 장기추적한 결과, 내분비요법 단독 대비 침습성 질병 또는 사망 발생 위험을 33%, 원격 재발 또는 사망 발생 위험을 33.5% 낮춘 효과를 확인했다. 오는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7년 장기추적 결과도 새롭게 공개할 예정이다.
노바티스는 유방암 치료제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에 대해 최근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으로 적응증을 확장 승인받았다. 키스칼리는 2019년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돼 해당 적응증에 대한 급여도 적용 중이다. 이번 적응증 확장으로 HR 양성·HER2 음성인 2기 및 3기 조기 유방암 환자의 보조요법으로도 쓰일 수 있게 됐다.
적응증 확대의 근거가 된 3상 임상시험에서 키스칼리와 내분비요법 병용군은 치료 4년 후 조기 암 치료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지표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이 88.5%로, 내분비요법 단독군 83.6% 보다 높았다. 또 키스칼리와 내분비요법 병용군에서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28.5% 감소했다.
글로벌 기업의 적응증 및 급여 확장 전략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방암은 환자 수가 많고 진단과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현재 국내 여성 암 가운데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큰 분야로 자리 잡았다. 심평원 집계에 따르면 2020년 23만3998명이었던 유방암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30만9423명으로 집계됐다. 또 유방암은 여성에게 발생한 모든 악성 암 가운데 21%를 차지해 갑상선암(18.8%)을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