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다자외교 무대 첫 데뷔이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릴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을 확정한 상태여서 북·중·러 3국 정상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28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80주년) 기념 활동’ 관련 브리핑을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6명의 외국 국가 원수와 정부 수뇌가 기념 활동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비롯해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정상 등이 참석한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을 대규모 외교 무대로 활용할 전망이다.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 중심부에서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서는 장면은 강력한 외교적 상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BBC는 내다봤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것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의욕을 보였다. 북ㆍ중ㆍ러 정상의 첫 대면 회담이 북미 대화 복원의 길을 열 수도 있지만, 반대로 김 위원장이 중국, 러시아와 한층 가까워지면서 미국과의 대화 대신 강경 모드로 나갈 수도 있다.
홍 부장조리는 “중국과 조선(북한)은 우호적인 이웃”이라며 “우리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활동에 참석하는 것을 환영한다. 양국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중국 측이 참석자 공개를 한 것과 비슷한 시각에 김 위원장의 기념행사 참석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201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1월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났으며 같은 해 6월 시 주석이 평양을 찾아 회담했다.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표로 참석 명단에 올랐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각국 고위급 인사들도 전승절 행사 참석자 명단에 올랐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해부터 북·러 밀착 관계가 형성되며 관계가 이전보다 소원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부터 다시 양국 간 교류가 활발해지다가 6년 만에 김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됐다.
BBC는 “이번 만남은 시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말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 방문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시 주석과의 회담 가능성도 언급했다”며 “만약 회담이 성사되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현 국제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