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강릉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제한급수를 시행 중인 가운데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댐 건설 같은 공급대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물 절약과 빗물 활용 같은 수요 관리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강릉에 연간 떨어지는 빗물이 약 15억t(톤)인데 이를 대부분 버리는 식으로 관리해 정작 물이 필요할 때 쓸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체육관 지붕이나 산, 주택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쓰면 수원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릉 지역의 물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점도 지적했다. “전국 평균 1인당 물 사용량은 304ℓ(리터) 정도인데 강릉은 관광객이 많아 더 많다”며 “대한민국은 1인당 300ℓ를 쓰지만 싱가포르·독일·호주는 140ℓ를 쓰고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절수형 샤워기와 절수형 변기를 쓰는 정책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변기를 절수형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과거 설치된 변기는 한 번에 13ℓ, 최근 설치된 절수형은 6ℓ가 든다”며 “벽돌을 넣어도 1ℓ도 안 줄어 효과가 미미하다. 변기를 바꾸면 한 번에 4ℓ씩 줄일 수 있고, 교체하자마자 수도요금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댐을 만드는 데 수천억, 수조 원이 들지만 변기 교체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숲과 산에 떨어지는 빗물 관리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릉처럼 산이 많은 지역은 빗물을 흘려보내지 말고 떨어지는 자리마다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지하수로 스며들게 하고, 토양을 촉촉하게 해 산불도 막을 수 있다”며 “전체 빗물을 조금씩 받아두면 저수지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과 관련해선 “지금은 물을 펑펑 쓰게 두다가 가뭄이 오면 큰 시설 투자만 내세운다”며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공급 위주에서 벗어나 수요 관리와 빗물 관리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