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분양시장에서 10대 건설사 브랜드 단지가 사실상 과점 체제를 굳히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한 공급 편중과 조합의 대형 건설사 선호가 맞물리면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분양시장 자체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본지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공개된 아파트 분양 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 11곳 중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단지는 8곳(72.7%)에 달했다.
10대 건설사 브랜드 단지가 서울 분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23.1%에 불과했던 단지 수는 2022년 47.4%, 2023년 51.5%, 2024년 66.7%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 급기야 70% 선까지 넘어섰다. 2021년 13개 분양 단지 중 3곳만이 10대 건설사 브랜드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서울 공급 구조의 변화를 꼽는다. 최근 서울 내 신규 분양 물량은 대부분 택지개발이 아닌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공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권을 가진 조합이 브랜드 파워, 자금력, 사업 안정성 등을 이유로 대형 건설사를 선호하면서 사실상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입찰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서초·마포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정비사업장 시공사로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 10대 건설사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의계약이나 단독 입찰 방식도 빈번하게 이뤄지며 대형사의 독식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반면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사실상 서울 분양시장 진입이 막힌 상태다. 일부는 신도시나 공공택지지구 등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지만 입지가 좋은 서울 내 민간 분양시장에서는 발을 들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핵심 재개발 조합에서는 공고 단계에서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이내 조건을 내걸 정도”라며 “서울에선 대형사 브랜드 단지가 아니면 분양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이어질 경우 분양시장 내 양극화가 고착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질적인 시공능력이나 품질과 관계없이 브랜드 유무에 따라 청약 성패가 갈리고 소비자들도 브랜드만으로 아파트를 판단하는 소비구조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의 흐름은 단순한 브랜드 선호를 넘어 분양시장 구조 자체가 대형사 중심으로 고정되는 과정”이라며 “공사비 조율 같은 협상력도 대형사에 집중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리스크가 특정 몇몇 대형사에 몰리고 분양시장의 다양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균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