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신품종 개발·재해보험 확대 등 대응책 강화
더위와 폭우가 반복되는 극한기후 속에 한국의 농업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경북 영주가 대표하던 사과는 이제 강원 양구가 새로운 주산지로 부상했고, 제주에서만 보던 감귤은 전남 고흥·경남 거제까지 재배가 늘고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신품종 개발과 재해보험 확대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27일 정부가 2023년 발간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0여 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6℃ 올랐다. 기온 상승에 따른 농업의 변화는 농작물 재배 지역의 북진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농작물 재배 가능 지역은 북쪽으로 약 81㎞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의 대표 작물 주산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사과와 고랭지 배추는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품목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과 재배적지는 2020년 469만8000㏊(헥타아르)에서 2050년 125만㏊로 줄고, 2090년에는 11만4900㏊만 남는다.
고랭지 배추 재배적지도 2020년 1만4804㏊에서 2050년대에 60% 이상 감소하고, 2090년대에는 사실상 사라진다. 여름·가을 밥상을 책임져온 고랭지 배추가 머지않아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사과는 대구·경북 대신 강원 양구·정선·인제 등지에서 재배가 늘고 있다. 양구에서는 1995년 처음 사과 농사가 시작된 이후 매년 면적이 확대돼 지난해에는 330㏊에서 6000톤을 수확했다. 양구산 사과는 최근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전국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렸다.
제주 특산품으로 여겨지던 감귤도 남해안 지역으로 확산됐다. 전남 고흥과 경남 거제에서 재배 면적이 늘었고, 망고·패션프루트 같은 아열대 과일도 남해안에서 속속 재배되고 있다.
포도와 복숭아는 강원도로 북상했고, 인삼은 충청권에서 강원 내륙 산간지대로 주산지가 옮겨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 영국 남부에서는 와인과 올리브 생산이 가능해졌고, 미국의 옥수수 벨트는 캐나다 쪽으로 이동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은 신품종 개발과 기술 지원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온에서도 착색이 잘되는 사과, 더운 기후에서도 자라는 인삼 품종을 개발하는 한편,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농작물 재해보험 적용 품목을 62종까지 늘려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재배지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새로운 품종과 스마트농업 기술을 통해 농가가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