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권 내 에세이⋯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책 유일

최근 5년간 판매된 영화 관련 도서 1위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각본집으로 확인됐다. '헤어질 결심'은 박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로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다.
27일 본지가 예스24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월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된 이 각본집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5년간 판매된 영화 관련 도서 가운데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헤어질 결심' 각본은 박 감독이 정서경 작가와 공동 집필했다. 정 작가는 '친절한 금자씨'를 시작으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 등의 각본을 박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이 각본집은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예약 판매 첫날 판매 부수만 6000부를 넘겼다. 출간 이후 14주 연속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다.
박 감독은 이 영화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국내 개봉 이후에도 제43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제58회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헤어질 결심'은 누적관객수 19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예스24 관계자는 "'헤어질 결심' 각본집 등이 인기를 끌면서 책이 출간된 당시 영화 관련 도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상승했었다"라며 "흥행작이나 마니아층을 보유한 특정 영화의 관련서 출간 시 그해 전체 판매량도 견인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 각본집에 이어 스토리보드북 역시 최근 5년간 판매된 영화 관련 도서 가운데 판매량 2위에 올랐다. 스토리보드는 각본을 영상으로 옮기기 위한 첫 단계다. 일종의 설계도인데, 글을 어떻게 이미지로 바꿀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 있다. 독자는 이를 통해 카메라가 어느 순간을 강조하려 했는지, 어떤 장면에서 물러나려 했는지, 장면 전환이 어떻게 구상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듄 : 메이킹 필름북', '오펜하이머 각본집',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 '기생충 각본집&스토리보드북 세트', '청설 각본집' 등이 판매량 순위권에 올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 관련 도서 상위 10위권 중 대부분이 '각본집', '스토리보드북'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예스24 관계자는 "영화 관련서의 경우 주로 각본집이나 스토리보드 등 영화를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고 소장할 수 있는 도서가 인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한 출판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이전 극장가와 영화 산업 전반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도 영화 평론집이나 일반 에세이류는 시장성이 크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독자층이 작품 전체를 분석하거나 비평적 맥락을 읽어내기보다는 특정 영화를 향한 애정과 소장 욕구에 기반해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각본집·스토리보드북·메이킹북 같은 출판물은 영화의 세계관과 제작 과정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확장된 굿즈로 기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위 10위권에 오른 영화 관련 도서 중 평론이나 에세이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 유일하다.
2017년 바다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고레에다 감독이 무려 8년에 걸쳐 완성한 자서전이다. 그는 극영화는 물론, 자신의 영상 작업의 뿌리가 되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까지 총 25편의 작품을 차례로 되짚는다. 영화 촬영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과 그와 함께한 기억, 삶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