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이어온 삼성 대표 사회공헌 활동⋯눈물과 박수로 물든 기념식
이문화 사장 “사회 구성원 모두 함께 ‘하나 된 걸음’ 노력했기에 가능했다”

“저의 세 번째 안내견이 되어준 ‘조이’가 지금 건강하고 통통해져서 여기 와 있네요.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났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파트너 ‘태백이’와 함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언제나 동행하는 진정한 삶의 동반자로 살아가려 합니다.”
26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32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감사와 희망이 묻어났다. 그는 2020년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 거부를 금지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조이법)을 대표발의 했다. 당시 김 의원 곁을 지켰던 안내견이 조이였다.
이날 행사에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 가족, 안내견학교 훈련사 등 안내견의 생애주기를 함께한 이들이 참석해 지난 32년의 여정을 돌아보고 서로에게 감사와 축하를 전했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장 등이 함께했다. 분양식과 함께 은퇴식도 열려 안내견 8두가 새 파트너와 첫걸음을 내디뎠고 은퇴견 5두는 안내견 조끼를 갈아입고 노후를 함께할 가정으로 향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3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 설립된 세계 유일의 기업 운영 안내견 양성 기관이다. 지금까지 총 308두가 분양돼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었고 현재 85두가 활동하고 있다. 퍼피워킹·은퇴견·부모견 봉사까지 2800여 가구가 안내견의 전 생애를 함께해 왔다.
기념식은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워졌다. 안내견과 함께한 실제 사연을 담은 오디오 드라마 ‘안내견과 함께한 여정’이 상영되자 객석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새로운 안내견을 맞은 파트너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0㎞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선지원 선수는 “‘나리’와 함께라면 세상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네 번째 안내견과 동행을 시작했다.
생후 두 달 된 강아지를 일반 가정에서 1년간 돌보며 사회화 훈련을 맡은 퍼피워커 자원봉사자들의 소감도 전해졌다. 나리 퍼피워커 김민준 군은 “퍼피워킹을 하면서 기다림과 인내,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앞으로도 나리가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빛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은퇴견들의 무대였다. 짧게는 5년, 길게는 8년 동안 시각장애인 곁을 지킨 안내견들이 노란 조끼를 벗고 은퇴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조끼로 갈아입었다. 목에 건 꽃목걸이는 안내견학교 설립 초기 ‘기부나 하라’던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32년간 이어오며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 삼성의 ‘동행 역사’를 상징하는 듯했다.

이 사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하나 된 걸음’으로 노력했기에 가능했다”며 “시각장애 파트너와 안내견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