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대미 투자 50억 달러 늘려 260억 달러로 확대
HD현대, 조선산업 투자 프로그램 조성⋯삼성重, 美 MRO 진출
두산에너빌리티, SMR 협력⋯고려아연, 록히드마틴에 게르마늄 공급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계기로 한·미 제조업 협력이 한층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윌러드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과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는 조선·원자력·항공·핵심광물·LNG 등 전략산업에서 총 11건의 계약과 MOU가 맺어졌다. 미국 심장부에서 ‘K-제조업 동맹’이 본격 시동을 건 셈이다.
이번 회의에는 양국 대표 경제인과 정부 인사 등 40여 명이 참석해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첨단·전략 산업 중심으로 협력 강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한국 기업들은 이날 1500억 달러(약 209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대한항공은 7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보잉과 362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 차세대 항공기 103대 도입 MOU를 체결했다. 보잉 777-9 20대, 787-10 25대, 737-10 50대, 777-8F 8대가 포함되며 2030년까지 순차 도입된다.
GE에어로스페이스와는 6억90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 예비 엔진 19대 구매, 130억 달러(약 18조2000억 원) 규모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대한항공은 “선제적 대규모 항공기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양국 상호 협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투자 규모를 기존 210억 달러에서 260억 달러(약 36조 원)로 늘렸다. 루이지애나주에 270만t(톤) 규모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고 연 70만 대 수준인 완성차 생산능력을 전기차·하이브리드·내연기관 등 전 차종으로 확대한다. 연 3만 대 규모 로봇공장도 신설한다.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현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미국 소비자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조선·원자력 등 전략산업 협력 확대를 위한 공동펀드, 투자, 기술협력 MOU도 6건 체결됐다. HD현대는 서버러스캐피탈·산업은행과 수십억 달러 규모 미국 조선산업 공동투자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인공지능(AI)·자율운항 기술 개발 등이 대상이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유지·보수·정비(MRO), 상선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미 해군·해상수송사령부 사업에 참여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수원은 AWS·엑스에너지와 5GW 규모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 협력에 나선다. 2039년까지 AW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활용될 예정이다. 두산은 페르미아메리카와 대형원전·SMR 기자재 협력 MOU를, 한수원과 삼성물산은 AI 캠퍼스 프로젝트 건설 협력에 합의했다.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고려아연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장기 공급 MOU를 체결했다. 울산 온산제련소에 1400억 원을 투입해 2028년 상업 생산을 시작하고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한다. 게르마늄은 방산·우주산업 필수 소재로 안정적 공급이 경제안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기업 트라피구라 등과 2028년부터 10년간 연 330만t 규모 미국산 LNG 장기 도입 계약을 맺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부터 조선·원자력 등 전략산업까지 한미가 협력하면 제조업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 수 있다”며 “미국의 혁신역량에 한국의 높은 제조 기술이 결합해 공급망·기술을 공유하는 상생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