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천조국 등 긁어준 육십조국 '혈맹'

입력 2025-08-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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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정치경제부장
▲정일환 정치경제부장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협상 스타일과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내 일부 보수 언론 등은 이 대통령을 ”반미주의자”로 묘사하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쏟아낸 음모론적 시각은 ‘파국의 예고편’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은 예상외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앞서 열렸던 관세협상에서 우리측이 제안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이번에도 효력을 발휘하면서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공통분모를 이끌어 냈다.

이 대통령의 치밀함이 빛났다. 방미 일정에 앞서 일본을 먼저 들러 미국 보수층을 안심시키고, 중국에는 특사단을 파견해 한미 정상회담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 메이커”로 추켜세우고 자신을 “페이스메이커”로 낮추는 겸양은 이번 회담의 씬스틸러였다고 평가받을만 하다.

실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효자손’을 준비해 갔다는 점이 돋보였다. MASGA에 원자력을 얹고, 국방비 증액을 미국측이 말하기 전에 먼저 꺼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연일 관세 폭탄으로 엄포를 놓고 있지만, 관세는 수단일 뿐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은 국가안보 강화로 보인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국방예산 덕에 ‘천조국’이라 불리고 있지만 정작 만성적인 국방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중이다. 펜타곤이 매년 공개하는 국방 예산 관련 그린북을 보면 2023년 기준 예산은 8085억 6500만 달러(한화 약 1125조원)에 이른다. 전년대비 3.7% 증가한 액수다.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에다 증가 규모도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매년 7% 가까이 상승한 미국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예산증가율은 1%대에 불과하다는 것이 미국의 자체 평가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실질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해 국방 예산이 갈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산 감소는 결국 군사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해리티지 재단은 매년 자체 발행하는 ‘미국 군사력 지수’를 통해 미국의 군사력이 5단계(매우 강함~매우 약함) 중 밑에서 두 번째인 ‘약함’에 해당한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특히 공군의 경우 미국의 모든 군대 가운데 가장 낮은 ‘매우 약함’으로 평가했다. '탑건'으로 상징되는 미 공군은 전투기와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 2000대가 넘는 전력을 보유해 숫자상으로는 압도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1960년대 만들어진 전략 폭격기 B-52, 1980년대 제작된 B-1 등 이미 고철 신세나 다름없는 시조새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해리티지 재단은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맞붙을 경우 “고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본토를 수호하면서 동시에 다른 군사 강국과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유연화’나 ‘동맹 현대화’ 같은 수사로 치장하고 한반도에서 병력과 장비를 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판을 뒤집기 위해 전쟁의 공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 사람과 탄약, 포탄을 갈아 넣는 대신 인공지능(AI)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선두에는 팔란티어와 안두릴, 아처에비에이션 등 빅테크 기업들이 서 있다. 문제는 또 돈이다. 그런 미국에게 한국이 함선을 건조해주고, 원전도 지어줄 것이며, 무엇보다 국방비를 올리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한국의 국방비 증액에는 미국산 무기 구매 예산이 포함될테고, 이는 천문학적인 무기 개발비와 제작 비용을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일정 수준 분담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미흡한 부분이나 빠트린 대목이 물론 있겠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는데 일말의 이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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