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록히드마틴, 게르마늄 공급 MOU
‘탈중동’ 에너지·‘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가속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에너지·핵심광물 분야에서 경제안보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을 확대하며 ‘탈중동’ 에너지 공급망을, 미국은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글로벌 트레이딩 기업 트라피구라 등 공급업체들과 LNG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LNG를 연간 330만t(톤)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달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앞으로 4년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약속을 구체화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1000억 달러에는 기존 수입 물량이 포함돼 있어 전체 수입량을 늘리기보다 수입선을 미국으로 확대 전환하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규모가 233억 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4년간 연평균 17억 달러를 추가 도입하면 된다. 미국산 LNG 장기 공급 가격을 MMbtu(미국 가스 열량 단위)당 9~13달러라고 가정하면, 가스공사가 매년 들여오는 LNG 수입액은 연간 2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번 계약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중동 지역 의존도를 낮춰 국내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중동산 계약은 수입 조건이 까다롭고 국제유가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큰 반면 미국산은 계약 유연성이 크고, 헨리허브(Henry Hub) 지수를 기반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 미국산 LNG 도입을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2년 미국 셰니에르와 연간 40만t 규모의 20년 장기계약을 체결, 내년 하반기부터 초도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멕시코 퍼시픽과도 70만t 규모의 20년 계약을 맺었다. 한화그룹도 최근 한국남부발전과 미국산 LNG 공동 조달과 LNG선 운영 등의 협력을 포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에너지 협력은 단순 구매를 넘어 인프라 투자로 확장될 전망이다. 유력한 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과의 합작법인(JV) 추진을 언급했다. 다만 기업들은 투자 규모 대비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프로젝트 참여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나 투자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가스공사가 주도하고 민간 기업들이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참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협력의 핵심이 ‘탈중동’이라면, 핵심광물 공급망에서는 ‘탈중국’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같은 날 고려아연은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고려아연이 중국·북한·이란·러시아 외 국가에서 제련한 게르마늄을 록히드마틴에 공급하고, 록히드마틴은 오프테이크(Off-take·생산물 우선 확보권) 계약 체결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게르마늄은 방산·우주·첨단 산업에 두루 쓰이는 핵심 소재다. 세계 최대 생산국은 중국으로, 전 세계 생산의 약 70%를 차지한다. 최근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핵심광물 수출을 통제하는 등 ‘자원 무기화’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공급망 안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8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울산 온산제련소에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6월에는 탄약·미사일 등에 사용되는 전략 광물 안티모니 20t을 미국 볼티모어행 화물선에 실어 대미 수출을 본격화했고, 내년에는 수출 물량을 240t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는 정부와 민간 모두에서 국익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과제”라며 “MOU 체결을 계기로 한미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지는 한편 경제안보 차원의 민간 협력에 적극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