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한미정상회담을 불과 2시간여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에 올린 돌발 메시지는 회담 분위기를 단숨에 긴장시켰다. 협상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 전술'이란 해석이 뒤따랐지만, 회담이 순항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상 백악관에서 마주 앉은 양 정상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피스메이커"라며 연신 칭찬을 쏟아낸 이재명 대통령의 화법은 긴장을 누그러뜨렸고, 대화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실질 협력으로 옮겨갔다. 양 정상은 조선·제조업 르네상스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으며, 굳건한 한미 동맹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낮 12시41분부터 3시까지 약 2시간 20분가량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당초 일정보다 30분가량 늦게 시작됐으나,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이어졌다.
우려와 달리 양 정상의 만남은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백악관 북측 현관 앞에 직접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밝은 얼굴로 이 대통령을 맞이했고, 이 대통령도 미소로 화답했다. 두 정상은 나란히 선 채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백악관에 모시게 돼 영광이다. 선거에 이긴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고 덕담을 건넸고, 일부 선박을 한국 조선소에서 직접 주문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 한국이 미군 군사 장비의 큰 구매자라며 추가 군사장비 구매 등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발언을 이어받은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꾸민 오벌오피스에 대한 칭찬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정말 보기 좋다. 품격이 있어 보이고 미국의 새로운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면서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다우존스 지수의 상승세,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을 차례로 언급했다. 특히 세계 각지 분쟁에서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까지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대처는 회담 초반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깜짝 선물도 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기념한 서명식에서 이 대통령이 사용한 펜에 관심을 가지자, 즉석에서 펜을 선물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광으로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면서 "가시기 전에 제가 대통령과 동행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드리겠다"고 했다.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의사도 밝혔다. 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꺼이 참석할 의향이 있다"며 "방한했을 때 아름다운 광경이 기억에 남고, 무역회의와 관련해 조만간 제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