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입김 센 전문경영인 체제⋯지나친 간섭 우려

25일 국회를 통과한 ‘더 센 상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4대 금융(KBㆍ신한ㆍ하나ㆍ우리)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들이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며 밸류업 동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특성상 경영 안정성 확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뒤섞인 분위기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KB금융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75% 오른 11만300원, 하나금융지주는 0.36% 상승한 8만2600원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우리금융지주(0.40%)도 소폭 올랐고 신한금융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지난 7월 1차 상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직후 금융주가 일제히 급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2차 개정안 통과에 대한 반응은 차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로 금융지주사들은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수백조 원대의 자산을 굴리는 4대 금융 모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을 최소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사회 독립성과 감사위원회의 투명성이 강화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체계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는 외국인이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이번 개정안이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대주주 견제 강화를 위한 장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투자설명회(IR)에 직접 나서 밸류업 의지를 강조해 온 4대 금융은 이번 제도 변화가 정책적 효과를 배가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금융지주는 이미 대주주 견제 장치가 많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외이사 비율, 금융당국 규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관련 규제가 이미 촘촘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의 지배구조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오너십이 기반인 대기업들과 다르다. 회장이나 주력 계열사인 은행장은 대주주가 아닌 이사회가 선임한 전문경영인들이다.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KBㆍ신한ㆍ하나금융의 최대주주는 모두 국민연금이다. 나머지 지분은 외국인들이 주로 분산 보유 중이다.
이러한 지분 구조는 이번 상법 개정이 외부의 지나친 간섭을 유발해 경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관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 행동주의펀드들이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세 추가 부과 방안, 주가연계증권(ELS) 배당금 환수 등 최근 정부의 금융권 상생 압박을 의식한 외국인 주주의 배당 확대를 위한 단기 성과 창출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외국인 주주들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하거나 서한을 보낸 경우는 아직 없다”면서도 “이번 상법 개정안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