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정책 전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내달 금리 인하 기대감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 심포지엄 강연에서 “고용이 약해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정책이 긴축적인 영역에 있는 현 상황에서 기본 전망과 리스크 균형의 변화는 정책 기조 조정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정책은 정해진 경로가 없다”며 데이터 중심 기조를 유지했지만 시장은 9월 금리 인하 재개 신호로 받아들였다.
◇“하방 위험 커져”…고용 악화 경계 = 파월 의장은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정리해고 급증이나 실업률 상승의 형태로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과 7월까지만 해도 “노동시장 약화는 없다”고 했던 발언을 사실상 수정한 셈이다.
미국 실업률 자체는 7월 기준 4.2%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를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둔화해 나타난 기묘한 균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이민 정책으로 구직자 유입이 억제되면서 표면상 노동 수요와 공급이 긴장된 상태에 머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장은 파월의 이러한 발언을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 책임자는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의 문을 활짝 열어 0.25%포인트 인하할 궤도에 있음을 분명하고도 강하게 시사했다”며 “파월 의장의 강연은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비둘기파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 우려 지속…“인플레 고착화 허용 안 해”= 파월 의장은 물가에 대한 경계감도 늦추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물가에 대해 뚜렷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정했다. 최근 1년간 상품 가격이 1.1% 올라 지난해와 같은 완만한 하락세에서 상승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파월 의장은 관세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면서도 “일시적인 가격 수준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로 발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물가가 높아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늘어나 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물가 위험은 위쪽, 고용 위험은 아래쪽으로 기울었다”며 연준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음을 확인했다.
◇“데이터 기반 유지할 것”…정치 굴복 해석 경계 = 파월 의장은 9월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닌 데이터에 따른 결정임을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을 결정하는 접근 방식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굴복해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비춰지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려 시장이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 데이터 중시 발언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요구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