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발병 순위 9위에 해당하는 ‘방광암’은 질환 인식이 낮아 조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흡연과 고령화로 발병 빈도가 점차 늘면서 예방과 조기검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방광암은 신우암, 요관암과 함께 ‘요로상피세포암’으로 분류된다. 발생 부위에 따라 이름은 다르지만, 전체의 80% 이상이 방광에서 발생한다. 전이성 방광암의 5년 생존율은 9%에 불과할 만큼 치료가 쉽지 않은 암종이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방광암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0년 4만1966명에서 2024년 5만3182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고령 인구 증가와 생활습관 요인으로 인해 앞으로 환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30년간 전이성 방광암의 표준치료는 백금기반 화학요법이 유일했다. 치료 효과는 입증됐지만, 구토·피로 등 부작용이 심해 장기 투여에 어려움이 있었다.
김인호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효과는 있었지만 환자들이 힘겨워했다”며 “최근에는 새로운 면역항암제가 도입돼 1차 항암요법의 효과를 이어가는 ‘유지요법’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약제인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는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혁신치료제로 지정된 뒤, 같은 해 1차 유지요법으로 승인됐다. 국내에서는 2021년 허가받아 2023년 8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현재 1차 항암치료 이후 사용되는 유일한 건강보험 급여 유지요법이다.
글로벌 임상 3상인 JAVELIN Bladder 100 연구에서 바벤시오 유지요법을 받은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은 29.7개월로, 대조군(20개월) 대비 크게 늘었다. 사망 위험도 25% 낮췄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된 임상데이터(RWD) 역시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김 교수는 “도입 이후 환자들이 ‘주사를 맞는지도 모를 정도로 편하다’고 표현할 만큼 삶의 질 개선 효과가 크다”며 “이전에는 치료 효과가 있어도 부작용이 심했지만, 유지요법 덕분에 장기 생존과 일상 회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방광암은 조기 진단이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이다. 소변에 혈뇨가 섞여 나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초기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혈뇨가 나타나며, 배뇨 시 통증, 소변 줄기 약화, 빈뇨·절박뇨 등도 경고 신호일 수 있다. 특히 40세 이상 성인은 정기적인 소변검사를 통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 혈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광암에서 흡연은 가장 큰 위험 인자로 꼽힌다. 흡연자의 방광암 발병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3~5배 높다. 담배 연기 속 발암물질이 소변을 통해 방광에 노출돼 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방광암은 아직 5대 암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남성 10대 암에는 꾸준히 들고 있다”며 “특히 고령화로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어 질환 인식을 높이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