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금융사건 전문 검찰청이 주요 증거 분실”…감찰 지시
법조계 “동영상 촬영도 안 해…셀프 감찰 대신 특검 수사 필요”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압수한 현금 중 관봉권 ‘띠지’를 분실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나서 대검찰청에 감찰을 지시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의도적인 증거 인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전날 김윤용 감찰3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서울남부지검으로 보내 ‘띠지 분실’ 관련 감찰에 착수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감찰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은 검찰이 지난해 12월 전 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1억6500만 원의 현금다발 가운데 5000만 원에 둘러져 있던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했다는 내용이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보내는 신권 돈뭉치로, 개인이 수령할 수 없다. 관봉 지폐는 100장씩 띠지를 두르고 묶음을 10개씩 비닐로 포장해 스티커를 붙인다.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에는 현금을 검수한 날짜·시간, 담당자, 부서 등이 적혀있어 현금을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전 씨의 혐의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연계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였던 만큼 관봉권 띠지 등도 주요 증거로 꼽혔다.
하지만 남부지검은 띠지·스티커 등의 분실 사실을 4월에야 인지했다고 한다. 압수물을 공식 접수하기 위해 직원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실수로 띠지와 스티커를 버렸다는 게 남부지검 측 설명이다.
남부지검 지휘부와 대검에도 이 같은 사실이 보고됐지만,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감찰이나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건진법사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언론보도로 뒤늦게 사실이 드러났고, 정 장관은 곧바로 감찰을 지시했다.
정 장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융사건 수사 전문 검찰청인 남부지검이 중요 증거를 이렇게 허무하게 분실하는 것도 모자라 사기 저하를 우려해 감찰조차 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어 “누구에게는 서슬 퍼런 칼날이 되고, 누구에게는 성긴 그물이 되는 수사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감찰 과정에서 작은 의혹이라도 발견된다면 대검은 신속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분실 과정이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창덕)는 “증거라는 건 그대로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띠지를 뜯으면 동일성이 훼손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혹시나 금액 확인을 위해 띠지를 뜯는다면 최소한 동영상 촬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부지검은 앞서 건진법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도 그 연장 선상에서 의도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며 “검찰의 셀프 감찰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관봉권이 해당 사건에서 큰 의미가 있는데도 합당한 이유 없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문제”라며 “수사 중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 지금 얘기가 나오는 ‘검찰 해체’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