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대원이 열흘째 실종된 가운데 반복적으로 재난 현장을 마주하는 소방대원들의 정신 건강 관리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성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강남 지역은 도심 특성상 사건·사고가 잦아 구급대원들이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끔찍한 외상, 사망 현장, 자해·자살 현장 등을 자주 마주한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본인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 가족 간 불화나 화냄, 짜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직접 겪은 사례를 언급하며 트라우마가 어떤 방식으로 남는지 설명했다. 그는 “2023년 출동 당시 구급차 안에서 환자가 심정지가 네 번 이상 왔다가 회복됐지만 인근 병원들이 모두 거부해 결국 원거리로 이송하다 사망했다”며 “그때 다른 선택이 있었다면 환자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이 크게 남았다”고 했다.
이어 “당시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문득 떠오를 때마다 우울감과 후회가 밀려온다”며 “환자 보호자들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그대로 전해져 더욱 힘들다”고 털어놨다.
소방청 차원에서 심리 상담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국장은 “찾아가는 심리 상담이 있긴 하지만 요일과 시간이 정해져 있어 긴급 출동이 잦은 대원들은 받기 어렵다”며 “휴가를 내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어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 결국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동료들과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비슷한 경험이 떠올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실제로 부모님께 비응급 환자 사례를 얘기했더니 본인들이 다쳤을 때도 아들이 힘들어하니 스스로 해결하려 하셨다. 그걸 보고 가족에겐 얘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소방대원들이 원하는 시간, 가까운 장소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약을 없애야 한다”며 “그냥 ‘적극적으로 상담하라’고 말할 게 아니라 왜 상담을 못 가는지, 인력·근무 여건까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 강원지역 근무 때는 외상 현장 노출 시 ‘힐링캠프’라는 곳에 강제로 다녀오게 했는데 실제 프로그램이 부족해 자연에서 쉬다 오는 수준에 그쳤다”며 “현장 실사를 통해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실종된 소방대원은 키 178㎝의 30대 초반 남성으로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상하의, 흰색 슬리퍼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는 10일 오전 8시 인천 남동구 서창동의 한 아파트에서 잡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온·오프라인 전단을 배포하며 행방을 찾고 있으며 김 국장은 “안타깝지만 아직 확인된 소식은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