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에서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OTT가 아닌 극장 공개 이유에 관해 이같이 밝혔다.
박 감독은 "후반 작업에서 작은 소리, 무심코 지나갈 법한 밤에 우는 새 소리, 화면 구석에 작게 보이는 부분도 시간을 들여서 매만진다. 그런 공들인 작업이 큰 스크린, 좋은 스피커, 깜깜하고 폐쇄된 환경에서 감상해야 다 전달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안정된 직장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예기치 않게 해고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영화다. 만수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자녀를 지키고, 어렵게 마련한 보금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재취업이라는 험난한 현실에 맞서 자신만의 치열한 싸움을 시작한다.
영화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했다. 이 소설이 영화화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영화는 2005년에 개봉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다.
박찬욱 감독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렇게까지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없었다"라며 원작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씁쓸한 비극인데 거기에 새로운 종류의 부조리한 유머를 넣을만한 가능성도 보였다. 소설 자체도 그런 걸 갖고 있지만, 내가 만든다면 더 슬프게 웃긴 유머가 많이 살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제작 동기를 전했다.

블랙 코미디 요소에 관해 박찬욱 감독은 "실직 이야기라 무겁고 어두울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게 하려고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아무리 슬픈 이야기도 들여다볼수록 우스운 구석이 있다"라며 내 안의 모습, 이웃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과 감정을 담고 있다. 웃을 수도 있고, 눈물 흘릴 수도 있는 모두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13년 만에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국영화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감독은 ''금자씨' 이후 20년 만에 경쟁 부문에 간 건 맞는데, 이병헌과 '쓰리몬스터'로 갔었고 심사위원으로도 갔다. 그렇게 오래된 느낌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베니스에 오랜만에 한국영화가 간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산영화제 30주년이라서 개막작으로 초대받은 것이 특히 영광스럽다"라며 "한국영화의 부흥과 함께하는 역사라서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작보고회 현장에는 박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이병헌과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손예진을 비롯해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참석했다.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읽는데 너무 재밌었다.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이 맞나 할 정도로 웃음 포인트가 많아서 내가 잘못 읽은 건가 싶었다. 그래서 '웃겨도 돼요?'라고 (감독님께) 물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저 웃긴 게 아니라 슬프면서 웃기다. 단순한 '코믹'이라고 할 수가 없다. 다양한 감정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묘한 경험을 하실 것"이라고 작품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