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거래하는 질서’ 회복해야 할 때

입력 2025-08-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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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 송현경제연구소 국제경제부문 대표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미국 주도의 세계화는 인류 최초로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함으로써 교역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덕분에 많은 나라들이 급속한 교역 증대와 물가안정 속의 경제성장을 달성하였다.

그러나, 세계화가 적절히 관리되지 못하면서 미국·중국(동아시아) 간 국제수지 불균형, 미국 등 선진국의 임금 정체 및 소득불평등 심화, 다수의 금융위기 등이 초래되었다.

이를 해소할 국내적·국제적 거버넌스는 갖추어지지 못했다. 국내적으로는 대다수 선진국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명분으로 세계화와 무역의 이익이 소수의 다국적 대기업과 전문가계층에 집중되도록 용인하여 대다수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의 생존 및 일자리 불안을 키웠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전쟁하는 질서’ 등장

국제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세계 거버넌스가 투기적 단기자본이동, 일부 국가의 보호주의적 산업정책 및 불공정무역 조치 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세계화의 이익을 국가 간에 균형적으로 분배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미국은 세계의 시장이 되어 각국에 성장 기회를 제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제조업 공동화 및 좋은 일자리 감소를 겪었다. 반면, 중국은 세계화의 교역 증대 효과를 가장 많이 누리면서도 보호주의적 산업정책을 적극 실시해 세계 최대 무역 및 제조업 국가로 성장하는 동시에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도 나섬으로써 기존의 자유무역질서와 미국 패권을 흔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질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서유럽 및 미국 등 선진 주요국의 보호주의 조치가 늘었고 그간 금기시되었던 산업정책이 경제안보나 공급망 구축을 명분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미·중 간 무역분쟁이 군비경쟁을 포함한 패권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세계질서 전반이 국가 간 자유로운 거래와 상호공존 기조에서 국가별 자급자족과 대결 기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움직임에 기름을 부었다. 바야흐로 세계질서는 ‘거래하는 질서’에서 ‘전쟁하는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미·중은 물론 세계 전체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무역은 당사국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유익할 뿐 아니라 정치적 시너지효과 즉, 국제 평화에도 기여한다. 따라서, 지금 주요국 지도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눈앞의 손해와 불공정행위에 분노해 전쟁하는 질서로 휘말려 들어가는 대신 거래하는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교역의 이익을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공평하게 분배하는 거버넌스의 수립이 정답이다. 우선, 국가 거버넌스는 세계화된 시장이 불러오는 승자독식과 불평등을 치유할 수 있도록 강화되어야 한다. 누진세제의 부활을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시장 경쟁에서 패한 기업과 개인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조세·교육훈련 인프라 및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긴요하다.

국제연대 통해 자유무역질서 회복해야

토빈세처럼 자본의 급격한 국제이동을 줄이기 위한 장치, 조세피난처로의 기업·자금도피 방지를 위한 규제 도입도 바람직하다. WTO 등을 포함한 세계 거버넌스는 앞의 단기적 자본이동 규제 및 자금도피 방지 규제와 부유세의 세계적 도입, 각국의 산업정책 및 보호주의 억제 등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보강되어야 한다. 경상수지 적자국의 과도한 흑자 상대국에 대한 수입억제 조치도 제도화하여,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와 같은 개별국가적 조치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 유엔 또한 핵무기로 인해 강대국 간 전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간 역학관계가 크게 변화했다는 점을 반영해 의결방식을 변경함으로써 강대국 간 대립을 효과적으로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화 시대 자유무역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린 나라였으며 따라서 현재의 보호무역 또는 전쟁하는 질서로 인해 매우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가 자유무역질서의 회복에 적극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서유럽 선진국과 많은 신흥국도 우리와 입장이 비슷하다. 이들과 힘을 합친다면 ‘거래하는 질서의 회복’이 한낱 희망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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