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와 DL이 급전을 지원하면서 여천NCC가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원리금 미상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여천NCC는 지난해부터 기업어음(CP) 전방위적인 단기 자금조달에 나서는 등 단기 차입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차입금 상환 일정은 줄줄이 대기 중인데도 석유화학 업계는 불황을 지속하고, 작년 말 신용평가사의 정기평정을 통해 ‘A-’ 신용도로 강등된 상황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여천NCC는 올 들어 CP를 3, 5, 7, 8월 네 차례에 걸쳐 1400억 원어치 발행했다. 지난해 12월 발행한 CP를 더하면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2000억 원 가까운 규모를 CP로 조달한 셈이다. 이 중 만기 1년짜리 물량은 한 건도 없고, 대부분 3개월 이내의 초단기물이다. 단기차입금은 공모 회사채보다 조달금리가 높은 기업어음(CP) 등의 채권을 말한다.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며 부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천NCC가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차입금 규모는 2022년 말 3066조 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6041억으로, 올해 6월 말 기준 8954억 원까지 불어났다. 당장 올 하반기에는 일반 어음 7182억 원, 회사채 1438억 원 등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와 상환해야 한다.
부채성 조달에 따른 영업손실도 커지는 추세다. 상반기 말 여천NCC는 이자비용으로 156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손실 규모가 직전 반기(606억 원)의 약 2배에 달했다. 여천NCC는 지난해 이자비용만 약 900억 원을 지불해 이자보상배율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조기상환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천NCC가 발행한 무보증 사모사채 제79·80회차에는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떨어질 경우 강제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현재 'A-' 등급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으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350%를 초과하면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미 작년 말 331.4%에서 올 상반기 320.9%로 300%대를 지속하고 있어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
신용 불안은 회사채 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거래량이 거의 없는 가운데 일부 여천NCC 회사채는 액면가 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가격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사실상 유동성 위기를 선반영하며 ‘투매’에 나선 셈이다.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여천NCC의 자금시장 신뢰도는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