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물가 부담보다 고용 쇼크에서 비롯된 경기 둔화 우려가 더 커진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기준 S&P500 지수는 최근 1개월간 3.57%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와 다우존스 지수는 각각 5.01%, 2.04% 올랐다. 최근 미국 물가가 반등 기조를 이어갔지만, 미국 증시가 받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된 채 오히려 상승한 상황이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6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2.8%)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예상치(3.0%)를 0.1%포인트(p) 웃돌았다.
시장이 물가 상승 우려에 민감히 반응하지 않은 배경으로는 주거비 항목의 상승률 둔화가 꼽힌다. 미국 물가에서 주거비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CPI에서 36%, 근원 CPI에서 45%로 높다. 그러나 7월 주거비는 전년 대비로는 3.7%, 전월 대비로는 0.2% 오르며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거비가 하락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급등했던 임대료 시장이 안정화하며 시차를 두고 주거비 물가 항목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자 부동산 시장 둔화 양상이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수준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관측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동된 이후 미국 물가는 시장 예상치를 웃돈 적이 없다. 7월 공개된 6월 물가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다른 달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변 연구원은 “관세 우려가 점차 톤다운(tone-down)하면서 물가도 생각만큼 많이 오르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년 대비 수치는 완만한 반등 중이지만 전월 대비로는 적절하게 통제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유가와 구리 가격 약세도 물가 우려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유가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에 더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리 역시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최근 5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산업 수요가 광범위한 구리는 가격이 경기 회복이나 침체 우려를 가장 먼저 반응한다는 점에서 ‘닥터 코퍼’로 불린다. 구리 가격 하락을 통해 원자재 전반에 걸친 물가 압력 완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은 물가보다는 고용 쇼크에 더 무게감을 두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노동부는 7월 고용(농업 제외)이 전월 대비 7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10만 명 증가)를 밑도는 규모다.
또 5월 늘어난 일자리는 기존 14만4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6월 증가한 일자리는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각각 수정됐다. 이에 5~7월 미국 고용 악화는 향후 경기 둔화 여지를 남기는 전조 현상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변 연구원은 “미국 성장률은 2분기를 정점으로 내년까지 하락 압력이 지속할 전망”이라며 “성장률 둔화에 따른 물가 하락 압력이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어 물가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