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5%, 한국 16% 수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 탓”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선주들의 선박 수주 수요가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서 집계한 7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203만CGT(표준선 환산톤수·58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487만CGT) 보다 58%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52만CGT(43척 ·75%)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33만CGT(8척·16%)을 수주해 2위를 차지했지만 중국을 한참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수주 잔량(남은 건조량)은 전월 대비 44만CGT 감소한 1억6479만CGT로 집계됐다. 이 중 한국 3522만CGT(21%), 중국이 9837만CGT(60%)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한국은 403만CGT 감소, 중국은 1337만CGT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6월(187.11)보다 0.46포인트 떨어진 186.65로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영국 클락슨리서치에서 제공하는 신규 건조 선박 가격 지수다. 이 지수는 1998년 1월을 기준점(100포인트)으로 해서, 새로운 선박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 지수가 높을수록 조선소들이 선박을 비싼 가격에 수주했다는 의미로, 조선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선종별 선가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억5100만 달러, 초대형 유조선(VLCC) 1억2600만 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22~24k TEU)은 2억7300만 달러였다.
전 세계 수주량 감소세는 미국의 관세 여파로 정세가 불안해진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발주가 지연되는 이유는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 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선박 수주량이 반 토막 난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사업의 본격화, 미국발 에너지 수출 등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미국의 발주 물량을 한국 조선사들이 대부분 수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류민철 한국해양대 교수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37년까지 최소 403척에서 최대 448척의 선박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신규 LNG 수출 프로젝트 가동이 늘어나는 것도 호재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규모 LNG 수출에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체적으로 LNG 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신규 함정 건조, 유지ㆍ보수ㆍ관리(MRO) 등 다방면으로 미국과 협력하는 국내 조선사들에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의 LNG 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내 신규 LNG 수출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발굴되며 LNG운반선 수요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