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막고 경제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확대, 돌봄 인프라 확충, 기술 활용, 그리고 문화적 인식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5년 APEC 여성경제회의’ 민관합동정책대화(PPDWE) 발표자 인터뷰에서 발레리 프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 경제학자는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여성의 경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돌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이 선임 경제학자는 “직장과 가정의 조화가 무너지면 여성은 자녀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노동시장의 인재 유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는 출산율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져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레이 선임 경제학자는 돌봄 서비스의 확충과 돌봄 서비스 제공자의 임금,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돌봄 종사자의 대다수가 여성인 상황에서 장기 돌봄 수요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부문을 확대하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고, 돌봄 인력의 근로조건과 임금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적정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빈곤 문제도 고령화 사회의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프레이 선임 경제학자는 “OECD 분석에서도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남성보다 높다”며 “부모가 되거나 나이가 들어도 노동시장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가 돌봄 인프라 부족”이라며 “장기돌봄과 유아 돌봄을 포함한 인프라 확충, 성별 정책, 무급 돌봄 노동 대책이 패키지처럼 묶여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키 아이자와 우먼 인 테크 아태지역 디렉터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여성 인재의 이탈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우먼 인 테크에서는 2030년까지 500만 명의 여성들이 과학과 수학 등 이공계 분야에서 일하도록 하는 글로벌 운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자와 디렉터는 “여성들이 기술 분야에서 비기술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며 “기술 분야에서 시니어들이 보여줄 수 있는 롤모델이 부족하고, 일자리에 오래 남아있거나 승진되는 경우가 많이 없어서 임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등 첨단기술은 돌봄 분야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아이자와 디렉터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것보다는 돌봄 종사자의 역량을 높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도구로 봐야 한다”며 “간호사나 돌봄 제공자가 AI를 활용하면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새로운 역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적 인식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는 어머니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무급 돌봄 노동에 대한 편견이 문제”라며 “문화가 변해야 하고, 기술이 이를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