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소액대출 잔액·연체액 동반 상승
금융당국, 신용회복 지원⋯‘도덕적해이’ 우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서민·취약계층의 자금 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예금은행의 소액대출 금리가 연 6%대 초반으로 내려오자 금리 부담이 완화된 틈을 타 일부 취약차주가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소액대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 소액대출(500만 원 이하) 평균 금리는 연 6.44%로 2023년 10월(7.73%)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6월(6.89%)과 올해 3월(6.66%)에 잠시 반등했으나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소액대출은 한도가 300만~500만 원 수준으로 담보 없이 당일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특성상 저신용자·저소득층의 생활자금에 주로 쓰인다. 경기 침체와 소득 감소로 현금이 절실한 서민층이 몰리면서 금리가 다소 높아져도 수요가 쉽게 줄지 않는 구조다.
갈수록 높아지는 은행권 대출 문턱도 소액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44.2점으로 지난해 평균(920점대)보다 20점 가까이 상승했다. 대출이 초고신용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6·27 대출 총량 규제 시행 이후에는 고신용자마저 은행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늘며 일부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액대출의 대표적인 창구인 저축은행의 잔액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권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1조2146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1조1397억 원)와 4분기(1조1674억 원)에 이어 3분기 연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액은 지난해 3분기 697억 원에서 4분기 685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올해 1분기에는 714억 원으로 다시 늘었다.
저축은행 소액대출 잔액 증가는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이 고금리 상품에 더 깊이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평균 금리가 연 18% 안팎에 달하는 만큼 상환 부담이 장기적으로 누적돼 재연체 위험을 키울 수 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채무 구조 악화와 다중채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경기 침체, 물가 부담, 은행권 대출 축소가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는 전반적으로 엄격하게 하지만 소액대출은 금액이 적어 리스크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취급이 가능하다”며 “경기 악화로 생활자금 수요가 늘면서 잔액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연체 이력이 장기간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주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성실상환자 신용회복 지원조치’를 시행한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5000만 원 이하 소액 연체가 발생했으나 12월 말까지 전액 상환한 개인·개인사업자의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대상자는 약 324만 명에 달한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연체 이력 삭제가 차주의 과거 위험 정보를 가린다는 점에 우려를 제기했다. 연체 이력은 금융회사가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자료인데 해당 정보가 사라지면 신용위험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차주는 이를 계기로 상환 태도가 느슨해지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취지를 살리려면 단순 신용회복 조치에 그치지 않고 재기 프로그램과 금융교육을 통해 상환능력을 높여야 한다”며 “대출 공급 확대와 함께 채무 악순환을 막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