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개 이스라엘 기업 중 11곳 지분 처분
아일랜드 정부기금, 이스라엘 국채 전량 매각
독일ㆍ영국ㆍ이탈리아 등도 직ㆍ간접적 제재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약 2650조 원)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비인도주의적 상황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 중단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금융권과 영국 연기금ㆍ네덜란드 연금펀드에 이어 유럽에서만 네 번째.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이스라엘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만큼 이런 현상이 다른 국가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6월 말 기준 투자 중이던 61개 이스라엘 기업 가운데 11곳에 대한 지분 처분을 마무리했다. 펀드 운용을 위탁했던 이스라엘 자산운용사와 계약도 종료했다. 구체적으로 지분을 처분한 이스라엘 기업이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부펀드 운용기관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처(NBIM)는 이번 조처와 관련해 “비상상황에 맞춰 이뤄진 조치”라면서 “이스라엘로 인해 가자지구가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에 빠졌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재무장관은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국가와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며 “가자 전쟁과 서안 점령에 기여하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기업 지분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지분 처분 과정을 설명했다.
노르웨이가 국가 차원에서 운용 중인 국부펀드는 1조9000억 달러(약 2650조 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기업 약 9000곳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액은 한국의 4년 치 연간 예산과 맞먹는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 기업 65곳에도 투자했다. 2024년 말 기준 총 19억5000만 달러(약 2조7150억 원) 수준이다.

반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비인도주의적 공세가 이어지자 사정이 달라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곳 식량 공급을 차단하는 한편, 북부 도심까지 점령 계획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국제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유럽국가가 속속 투자금을 빼내는 한편, 직ㆍ간접적인 경제 제재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노르웨이보다 앞서 아일랜드 전략투자기금(ISIF)도 작년 4월 이스라엘 금융사와 유통사 등 6곳에 대한 보유지분을 처분했다. 지난달에는 이스라엘 국채 전량을 처분한 사실도 의회에 보고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투자 철회와 관련해 ‘국가 투자기금 윤리 지침’을 앞세웠다. 동시에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34조 등이 점령지 정착촌 건설과 확장을 불법으로 규정 중인데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보건복지부도 운영 중이던 연금펀드 가운데 이스라엘 상장사 투자금 전액을 매각했다. 전쟁 발발 이후 6개월이 지난 2024년 5월에 투자금을 회수한 만큼, 전쟁 리스크 이외에 '인도주의적 결정'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금융권도 하나둘 동참 중이다. 영국 UPS와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 역시 작년 8월과 11월부터 점진적으로 이스라엘 관련 자산 축소를 시작했다. 전쟁이 장기화에 접어드는 것은 물론, 인도주의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투자 규모를 축소한다고 각각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