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 지속되며 홍콩다움은 점차 사라져가

한국이 2020년대 들어 ‘Y2K’로 대표되는 레트로 트렌드가 시작됐다면, 홍콩에서는 현재 중국 본토와는 다른 ‘홍콩다움’을 앞세운 레트로 물건과 장소가 인기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과거 ‘아시아 쇼핑의 메카’를 관광 키워드로 내세웠던 홍콩이 이제는 중국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레트로 문화를 관광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홍콩 번화가인 센트럴에 있는 레스토랑인 ‘랑퐁유엔’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로 부상했다. 1952년에 개업한 이 식당은 ‘차찬텡’(차·디저트·간단한 식사를 함께 파는 홍콩 전통 식당)의 원조 격인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7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이 물씬 느껴지는 가게 외관에는 테이크아웃 컵에 밀크티를 들고 셀카를 찍는 관광객들이 흔하게 보인다. 가격은 30홍콩 달러(약 5300원)로 컵 역시 레트로 컨셉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한 관광객은 “홍콩은 중국 본토와는 다른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가 매력적인 도시”라고 평가했다.
관광객들이 주목하는 홍콩의 레트로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의 시기를 의미한다. 특히 당대 유행했던 홍콩 영화에 단골로 등장했던 곳들이 인기다.
홍콩 구룡반도 지역에 있는 야우마테이 경찰서, 홍콩 영화는 물론 ‘트랜스포머’ 시리즈에도 등장했던 익청빌딩, 1980년대를 대표하는 네온사인들이 남아있는 거리 등으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홍콩에서는 이달부터 일본의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의 대형 전시 이벤트도 시작했다. 홍콩 딤섬을 모티브로 한 ‘치이카와 얌차’ 굿즈를 판매하고, 네온사인을 결합한 전시를 진행하는 등 홍콩 레트로 감성을 강조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예매의 약 30%는 일본·대만·중국 본토 등 홍콩 외 지역에서 이뤄졌다.
과거 중국으로의 완전 편입 전 홍콩은 관세 제로의 자유무역항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도시 전체가 면세점처럼 기능해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쇼핑 천국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7년 중국으로의 반환 이후 쇼핑 메리트는 점차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줄어들며 쇼핑보다는 홍콩 특유의 문화와 감성을 즐기는 방식으로 관광 문화가 바뀌었다.
하지만 홍콩 레트로 관광 역시 수명을 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안 사태 이후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홍콩의 ‘중국화’ 때문이다.
송환법 개정 이후 영국령 시절의 상징물이나 홍콩 편입 이전의 정치, 문화 검열이 강화됐고, 중국 본토 체인점 진출이 잇따르며 홍콩 특유의 노포들의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의 저녁 풍경을 대표했던 네온사인도 중국의 영향을 받는 홍콩 정부에서 안전 관리상의 이유로 지속해서 철거되고 있다.
닛케이는 레트로 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홍콩 관광객 지속 유치의 핵심 해결요소로 지목했지만, 위의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