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발 뺐는데 중단 계획 철회 소식
시장 비중 20%…레거시 수요 여전
“고객사 요청”…수익성이라도 챙겨야
DDR5 등 선단 공정 전환 계획대로

삼성전자가 한때 수익성이 낮아 생산을 중단했던 구형 D램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의 생산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차세대 DDR5로 전환이 진행 중이지만, DDR4가 틈새 시장에서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DDR4 등 레거시 제품 생산을 계속 이어간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돌았던 ‘구형 제품 생산 중단’ 관측과 상반되는 흐름이다.
삼성전자는 DDR4 생산 중단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마이크론 등 D램 경쟁사들이 DDR4 양산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DDR4 조기 생산 중단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당초 올해 연말까지 DDR4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6월 초 이미 재고가 소진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다시 생산에 나선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서버 및 모바일 고객 중심으로 DDR4와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4X(LPDDR4x) 물량 대응에 대한 요청이 많은 상황인 만큼 일부 물량 대응은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DDR4에서 DDR5로의 전환은 D램 제조사들에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모두 DDR4 생산을 점차 줄이고 고수익 제품인 DDR5로 넘어간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DDR4 생산 중단 소식이 가장 먼저 전해졌다. 그 뒤를 이어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급기야 DDR4 대량 양산으로 글로벌 가격을 흔들었던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역시 DDR4에서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넘어간다고 밝혔다.
모두가 DDR4에서 DDR5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DDR4 생산을 이어가는 것은 ‘틈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에서 DDR4 비중은 20%에 달한다. 아직 이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어서, 모두가 철수할 때 오히려 삼성전자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DDR4 철수 가능성이 전해졌던 6월,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그동안 제품 단종(EOL)을 가장 늦게 선언하는 기업이었다”면서 “물량은 낮은 원가와 선순환 관계여서 물량을 놓칠 수는 없었으며, 낮은 원가로 마지막 남겨진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승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D램 제조사들의 DDR4 생산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DDR4의 가격이 DDR5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DDR4 생산 라인의 감가상각이 이미 끝난 만큼 제조원가는 낮고 마진은 높아 수익성이 뛰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 수익성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DDR4는 유의미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다만 DDR5 등 선단 제품으로의 전환은 계속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업계의 선단 D램 전환 영향으로 레거시 D램 비중을 축소하며 시장 가격 상승 추이를 관측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인공지능(AI) 수요 강세에 맞춰 D램은 HBM, 고용량 DDR5, AI 서버향 LPDDR5X 등 고용량 추세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