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케데헌 열풍이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

입력 2025-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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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미국에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에게 최근 연락이 왔다. 한국에 온다고 한다. ‘K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한국이 궁금해졌다는 게 이유다. 넷플릭스 글로벌 41개 나라 시청률 1위, OST의 3주 연속 미국 빌보드 HOT 100 순위, 가상 아이돌의 빌보드 세계 차트 1위까지 싹쓸이한 기록을 보고 있자면 전 세계가 ‘케데헌’ 앓이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케데헌 열풍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졌다는 통계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심지어 케데헌에 대해 “눈물 날 정도로 고마운 작품”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기쁨과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 싹트는 씁쓸함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K팝부터 한국음식, 한국문화 등을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정작 이 작품을 만든 건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의 거대 자본과 공룡 플랫폼이어서다. 당연히 케데헌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넷플릭스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한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주권을 해외 플랫폼에게 뺏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미국의 월트 디즈니 픽처스가 만든 애니메이션 ‘뮬란’은 본디 뮬란이 아니었다. 중국의 여성 영웅인 ‘화목란’이 주제이지만 ‘무란’에 가까운 발음에도 전 세계인은 ‘뮬란’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2020년에 개봉된 뮬란 영화는 배경이 중국일 뿐 미국인들의 판타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씁쓸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콘텐츠가 해외 자본과 플랫폼에 의해 제작되는 일이 반복될 경우 이에 대해 우리나라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우려의 연기는 뜨거운 감자, 지도 반출에서도 피어오른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올해 2월 다시 국내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요구했다. 구글의 요청대로 정밀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게 되면 데이터의 활용·재가공 또는 편집에 대해 한국 정부가 행정력을 미치기 어려워진다. 구글이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할 경우 해외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에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은 2016년 '클라우드 액트(CLOUD ACT)를 제정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빅테크 클라우드 기업이 보유한 타국 국민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 지도 데이터가 반출될 경우 정보의 주권은 미국 정부의 관할 아래 놓이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정밀 지도와 위치 데이터가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외교·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최종 결론까지 약 두 달 남았다. 그 사이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있다. 우리 정부는 통상 압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셈법이 복잡하겠지만 고정밀 지도는 국가의 자산으로 한시적 대여나 조건부 제공이 가능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길 바란다. 지도를 넘겨줬다가는 데이터 주권과 디지털 주권까지 뺏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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