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제조업, 지역 차등제 역차별 우려
산업용 전력 포함 시 경쟁력 약화 전망

정부가 전기요금 지역 차등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산업용 전력까지 제도가 확대 적용될 가능성을 놓고 제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력 소비가 많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업종은 대부분 수도권에 있어, 정부의 제도 설계와 시행 과정에서 결국 산업용에도 적용될 경우 ‘역차별’ 우려가 상당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요금 지역 차등제는 전력 공급 체계를 수도권 집중형에서 지역 분산형으로 전환한다는 취지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발전소가 밀집한 강원·충남·전남·경북 등 지방은 요금 인하를 통한 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력 자급률이 낮은 수도권은 반대 입장이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단지가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제도 적용 여부에 따라 지역별로 산업 경쟁력의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 설계와 시범사업 과정에서 차등제의 범위는 산업용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력 다소비 업종이 대부분 수도권과 서부권에 몰려 있는 만큼, 산업용 요금에 차등제가 적용되면 손익 구조뿐 아니라 수출 가격 경쟁력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제조업의 특성상 전력비 인상은 원가 상승으로 바로 연결되고, 이는 곧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반도체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종의 불안은 특히 크다. 이들 업종은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며, 전력비가 전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지난해 10월 기준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20대 법인의 전력 사용량은 총 8만5009GWh(기가와트시)에 달했다. 같은 해 이들이 낸 전기요금은 12조4430억 원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2만2409GWh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7980GWh), 현대제철(6904GWh), 삼성디스플레이(5550GWh), LG디스플레이(5533GWh) 순이었다.
이 수치는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이 전력망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철강처럼 설비 가동이 24시간 이어지는 업종은 전력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이 곧 생산 효율과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별 요금 차등제가 도입되면,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동일 업종 간에도 비용 구조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점도 변수다. 산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추세인데, 지역별 차등 요금이 적용되면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군은 지역별 전력 자립률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차등제가 산업용까지 확대되면 기업의 투자 계획과 입지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설비 확장이나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이 보류되거나 해외 이전이 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생산 규모 축소나 고용 조정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되 산업 경쟁력 훼손을 막는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균형 발전과 산업 경쟁력 유지 달성을 위해 산업별 전력 사용 특성과 지역 경제 구조를 반영해 촘촘한 설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