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기 주총서 이 회장 우군 나서

케이프투자증권이 다올투자증권의 지분 5% 이상을 모으며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김기수 전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와 다올투자증권에 대한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이 회장의 우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케이프의 이번 지분 확대가 이 회장의 경영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다올투자증권의 지분 5.06%(307만493주)를 확보했다. 이달 5일 장내매수를 통해 다올투자증권 주식 4만579주(지분 0.07%)를 매입하며 지분 5%를 넘겼다. 이에 따라 지분 공시 의무가 발생했다. 투자 목적은 '단순투자'로 기재했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없고 제한적인 주주권 행사만 하겠다는 소극적인 선언이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 운용 차원에서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이병철 회장 외 다올투자증권의 주요 주주는 △DB손해보험(지분 9.73%) △세코그룹(9.35%) △김기수 전 대표(4.62%) △케이프투자증권(5.06%) 등 총 네 곳이 됐다. 이 회장은 다올투자증권 지분 24.82%를 가지고 있다. 세코그룹은 오투저축은행, 흥국저축은행, 인베스터유나이티드를 통해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지분 6.94% 보유를 공시하면서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최초 공시 이후 8개월가량 지났지만, 보유 목적은 여전히 '단순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DB손보는 올해 4월 김기수 전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매입하면서 단숨에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분 공시 당시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표기했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마찬가지로 경영권 영향을 줄 목적은 없지만, 임원보수나 배당 제안 등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활동을 펼칠 수 있다. DB손보에 물량을 넘긴 김 전 대표는 지분 4.62%를 가지고 있고, 투자 목적도 '경영권 영향'이지만,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경영권 영향 목적을 숨기려 허위로 공시했다는 혐의다.
당초 김 전 대표는 2023년 SG증권발 대규모 하한가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단숨에 2대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에 나서기도 했지만, 모두 부결되며 경영권 분쟁은 다올투자증권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이 회장 외 주요주주가 다수 등장하면서 일각에서는 적대적 M&A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DB증권은 한양증권 인수설이 불거졌을 때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M&A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결정된 사실은 없다"고 미확정 공시를 냈다. 다만, 케이프투자증권은 이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하기 위해 지분을 늘렸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김 전 대표가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됐을 때 케이프투자증권 등이 다올 측에 의결권을 위임하면서 다올 측의 승리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프투자증권을 우군으로 확보하면 이 회장의 특수관계인 포함 총 지분은 30.04%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SK증권, 중원미디어 등 공시되지 않은 관계인들까지 포함하면 우호 지분은 약 4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다올투자증권의 우군인지 확정되지 않은 세코그룹과 DB손보의 총 지분은 19.08%, 김기수 전 대표의 지분까지 합해도 23.70%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올투자증권 경영권 분쟁은 소강 상태"라며 "이 회장이 우군을 여럿 확보하고 있어 적대적 M&A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