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자본시장법 정비, 주주이익 확대 등 시장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청사진이 제시되면서, 코스피 5000p(포인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와는 정반대로 신정부는 전임 정부 시절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18%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매매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투자자들의 거래 의사결정과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거래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미국과 독일은 증권거래세가 없고, 자본이득세만 있다. 일본도 자본이득세로 통합해 과세한다. 이익이 난 부분에만 과세하겠다는 뜻이다.
정책 배경에는 과세 형평성과 세수 확보가 거론되지만,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목표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한국 증시는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 등 저평가 구조에 묶여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과 유동성 확대, 시장 접근성 제고가 필수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래 비용을 높이는 세금 인상은 투자 활성화를 저해하는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 증시는 거래세, 공매도 제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지연 등 여러 제약 요인이 겹쳐 있는 시장이다. 이 가운데 거래세 인상은 한국을 자산 배분 대상에서 뒷순위로 밀어낼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거래세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금 회전이 활발한 투자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세금 부담 증가는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전환과 글로벌 신뢰 회복을 상징하는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가 시장의 방향성과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지금의 거래세 인상 논의는 이러한 목표와 엇박자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단기 세수 확보보다는 중장기 자본시장 성장의 흐름에 더 집중해야 한다.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유동성 확대와 거래 활성화, 기관투자자 중심의 시장 전환은 정책적으로 설계하고 유도해야 할 과제이며, 이는 때로 과감한 결단에서 비롯된다.
지금은 오히려 거래세 인하 혹은 단계적 폐지를 통해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고, 투자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시점이다. 거래 활성화를 통해 기업가치가 제고되고, 세수 확대로 이어지는 ‘성장 기반 과세’의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거래세 인상에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회복이라는 큰 그림에 집중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