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요금 지역 차등제를 둘러싼 갈등의 근본적 배경은 발전설비가 비수도권에 쏠려있는 현상에서 출발한다. 전체 발전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비수도권에 밀집해서다.
10일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공기업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전남 영광군, 경북 경주시·울진군 등 5개 시·군이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인천 옹진군과 충남 태안군·당진시·보령시·서천군, 전남 여수시, 경남 하동군·고성군, 강원 강릉시·동해시·삼척시 등 11개 시·군에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2024년 한국전력통계’를 보면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발전량의 60.4%를 담당하지만, 수도권 소재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옹진군의 석탄화력발전소인 영흥화력발전소가 유일하다.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대표적인 혐오시설이다. 방사선 노출이나 환경오염 우려가 크고 발전소 인근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다른 지역보다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정부는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전소주변지역법)’에 따라 발전소 반경 5㎞ 이내 육지·섬이 속하는 읍·면·동에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역·주민 지원사용 비용을 지원한다. 정부 지원에 더해 발전소와 유관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생기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높아져 장기적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고 기반시설이 확충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모든 비용’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발전소의 존재는 다양한 간접비용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간접비용은 경제·산업구조 변화다. 발전소가 소재한 지역은 지역경제의 발전산업과 제조업 의존도가 커지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남성에 국한된다. 지난해 주민등록 연앙인구(연초 인구와 연말 인구의 산술평균인 7월 1일 기준 인구)를 기준으로 한 동해시(132.6명), 당진시(139.9명), 태안군(138.6명), 울진군(140.5명), 고성군(136.9명), 하동군(135.5명) 등 발전소 소재지의 20·30대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수)는 전국 평균(108.8명)을 크게 웃돌았다. 남성이 많다기보다는 여성이 극단적으로 적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지역 내 저출산 심화, 혼인·출산·보육 관련산업 쇠퇴, 추가적인 여성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탈석탄’ 추세에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단계적으로 폐쇄되면 해당 지역들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발전산업 중심의 지역경제도 무너진다. 원자력발전 정책은 국정운영 기조에 따른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다. 이 밖에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가 수도권으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 비용은 전기요금 형태로 전 국민에 부과된다.
서울은 전력 자급률이 10%대 초반에 불과하다. 반면 발전소가 밀집한 강원, 충남, 전남, 경북 등은 자급률이 200% 안팎을 오간다. 서울은 발전소 건설·운영에 따른 간접비용 부담 없이 ‘같은 값’에 다른 지역에서 끌어온 전기를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