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백악관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상품으로 인정하고 은행의 가상자산 산업 참여 장벽을 낮춘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방안은 구체성이 부족해 논란이 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퇴직연금 계좌에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9일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160페이지가량의 디지털 자산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가상자산 정책 기조 재확인 △가상자산 시장ㆍ은행 규제 △스테이블코인 및 결제 시스템 △불법 금융ㆍ세금 정책 등이 담겼다. 특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상품으로 공식 인정해 주요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은행의 산업 진입 장벽을 낮춘 점이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KB증권은 “이번 보고서는 은행 및 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가상자산 접근성을 높여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라며 “탈중앙화 금융(DeFi)의 전통 금융권의 수용을 통해 금융 혁신을 도모하며,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통화 내에서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에는 애초 기대했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전략 방향성이 의심받기도 했다. 7월 중순 미국 법무부는 정보자유법에 따라 미국 연방보안관청이 2만8998개(3월 기준)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존의 미국 비트코인 보유량 추정치 20만7000개를 대폭 밑돈 보유량이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지난달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유량 감소가 사실이라면 이는 전략적 실책이며, 미국은 비트코인 경쟁에서 수년 뒤처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후 일부에서는 연방 기관 전체를 합산하면 약 19만80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직연금 계좌에 가상자산을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최근 소식은 미국의 가상자산 전략을 다시금 강조했다. 8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전체 은퇴 자산 약 43조 달러 중 9조 달러가 예치된 401(k) 퇴직연금 계좌에 가상자산, 사모펀드, 부동산 등 대체 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명령에 서명했다.
401(k)는 미국 대표 퇴직연금 계좌로, 이번 조치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은퇴연금 시장 규모는 약 43조 달러에 달하며, 이 중 9조 달러가 401(k)에 예치돼 있다.
지금까지 가상자산 투자가 법적으로 전면 금지된 적은 없었지만, 미 노동부는 “401(k) 상품에 가상자산 옵션을 추가하려는 수탁자는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는 지침을 통해 사실상 진입을 막아왔다. 그러나 해당 지침은 5월 철회됐고, 이번 행정명령까지 더해지면서 가상자산은 다른 자산군과 동등한 투자 옵션으로 격상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가상자산을 외면하던 자산운용사와 투자 관리자들이 비트코인 및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나서면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한다.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CEO는 “401(k)는 엄청난 자본 풀”이라며 “가상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점점 넓어지고, 더 많은 경로가 투자자들을 이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