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파운드리, SK는 패키징 공장 내세워 ‘면세’ 주장 가능성
정부 “최혜국 대우 따라 한국 관세율도 최소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약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생산하거나 생산을 약속한 기업은 예외”라고 선을 그은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확보한 미국 내 투자계획을 내세워 관세 회피 전략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제조투자 행사에서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가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번 '100% 관세' 발언이 반도체 업계에 현지 투자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점을 고려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이미 양산하고 있으며, 인근 테일러시에는 제2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구글·아마존의 AI 칩, 이날 발표된 애플 이미지센서 등 첨단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라 ‘미국 내 생산’ 예외 조항에 부합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패키징 및 연구개발(R&D) 기지를 신설할 계획이다. 아직 완공 전이지만 트럼프가 언급한 “생산을 약속한 기업” 기준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관세 면제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양사 모두 전체 매출 비중이 높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은 한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어, 고율 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업계는 트럼프식 통상 압박의 실현 가능성엔 선을 긋는 분위기다. 미국 역시 막대한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지닌 데다, 엔비디아처럼 대만 TSMC를 통해 칩을 전량 위탁생산하는 빅테크 기업도 많아 무리한 세율 적용은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중에서도 반도체는 공정이 매우까다로워서, 단순히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게 쉽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고율 관세로 위협해서 투자 약속을 이끌어내는 게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우방국에 약속한 ‘최혜국 대우(MFN)’ 조항을 바탕으로, 설령 차등 관세가 도입되더라도 한국 반도체에는 최고세율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에 15%로 (미국의 반도체) 최혜국 세율이 정해진다고 하면 우리도 15%를 받는 것으로, 앞으로 100%가 되건 200%가 되건 상관없다"고 밝혔다. 한국이 향후 반도체 관세에서 여러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그룹에 속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관세의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나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