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스틴 공장, 글로벌 빅테크 수주 전진기지로 부상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애플의 차세대 칩을 생산한다. 테슬라에 이어 또 다른 대형 고객이다. 미국을 제조업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쇼어링(제조업 회귀) 정책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사이익’을 안기는 모양새다.
애플은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과 협력해 세계 최초의 혁신적인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기술을 미국에서 우선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칩은 아이폰을 포함한 주요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 향상에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고객사 및 세부 사항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칩이 이미지센서(CIS)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브랜드 ‘ISOCELL’(아이소셀)을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설계하고, 오스틴 파운드리에서 제조한다. 아이소셀은 이미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해 샤오미, 비보, 모토로라 등에도 공급되고 있는 고성능 센서다.
애플은 지금까지 일본 소니로부터 아이폰용 이미지 센서를 전량 공급 받아 왔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CIS 시장에서 소니는 50%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 1위고, 삼성전자는 15.4% 점유율로 2위다. 애플이 삼성과의 협업을 확대할 경우,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업계는 애플의 선택이 미국 내 생산과 기술 현지화 전략에 부합하는 동시에, 삼성으로서도 소니의 벽을 넘을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협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제조업 자국 회귀) 기조 속에서 이뤄진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임 직후부터 반도체·전기차 등 전략 산업의 미국 내 생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애플과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도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유지해온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에 이어 애플의 차세대 칩까지 수주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이 돈독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8년 미국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고, 최신 공정의 신규 공장도 짓고 있다. 이번 애플 칩 생산뿐 아니라, 앞서 계약을 체결한 테슬라의 AI 반도체 'AI6' 생산도 오스틴 공장에서 이뤄진다. 자율주행과 로봇 등에 탑재될 AI6 칩을 초미세 공정으로 생산하는 계약으로 수율 안정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 수주 규모는 8년 간 약 23조원에 달하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그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까지 수율 문제로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테슬라와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사 확보로 분위기 반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두 건 모두 미국 내 생산 라인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정책 변화에 따른 ‘정치적 수혜’까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테슬라와 애플 공급으로 '인증 마크'를 받은 만큼 추가 고객 확보도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당장 생산하지 않더라도, 생산기지를 짓겠다고 약속하면(commited to build in the US) 무관세라고 언급한 만큼 TSMC와 삼성전자의 기지가 관세 회피로 사용될수 있고, 이는 삼성전자의 수혜"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 오스틴 공장은 단순한 생산거점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고객사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만나는 지점”이라며 “추가적인 빅테크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