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위험자산 심리 개선 외인 유입 가능성

언제든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증시 대기 자금이 3년 반만에 70조 원선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증시가 조정받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바탕으로 상승 전망에 힘이 실린 결과로 분석된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70조29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57조 원대에서 약 23%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이 70조 원대로 올라온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2022년 초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같은 날 91조2641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90조 원대를 돌파했다. CMA는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하루치 이자도 받을 수 있어 또 다른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머니마켓펀드 설정액도 5일 기준 233조8787억 원으로 연초(172조2065억 원) 대비 35%가량 급증했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어음(CP) 등 단기물에 투자하면서도 언제든 환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성 자금으로 꼽힌다.
증시 주변 유동성이 확충되는 배경에는 코스피 지수가 최근 회복력을 보인 데 더해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를 인하할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 증시 상승 전망에 더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완화에 따른 한국 증시 투자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미국 금리 인하는 원화 강세로 이어져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준이 다음달 17일 회의에서 금리를 25베이시스포인트(bp) 인하할 확률을 92.4%로 전망하고 있다.
정해창·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신중했던 이유 중 하나였던 ‘고용이 아직 견조하다’는 명분이 약화하며 9월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이 급상승하고 연내 금리 인하 전망도 3회로 상향됐다”며 “미국채 10년물, 2년물 등 장·단기물 금리도 하락 안정되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세제 개편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시장이 안정감을 찾아간 영향도 있다.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공개한 이튿날인 1일 코스피는 3.88% 폭락했지만, 이후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세제 개편안은 14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을 거친 뒤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이 예상보다 보수적이라는 점과 대주주 기준 하향으로 시중 자금의 자본시장 유입 속도는 기대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새 정부의 ‘가계 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 확대’ 정책의 지속성을 고려하면 대주주 기준이나 분리과세 적용 기준에 대한 추가 완화는 향후 점진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