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 분야부터 고탄소 산업, 자원 활용까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기술, ‘기후테크’가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벤처펀드 기관들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도 관련 스타트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한국경제인협회는 ‘빌 게이츠 픽(Pick) 기후테크 스타트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벤처캐피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가 투자한 약 110개사 중 △전력·에너지 △제조 △바이오 △운송 △건물 분야에서 20개사를 선정했다.
운송 분야에서는 일반 연료와 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항공기를 개발하는 ‘하트 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하이브리드 모드로 최대 800㎞, 순수 전기만으로 최대 200㎞ 비행 가능한 30인승 여객기를 개발 중이다. 짧은 활주로, 낮은 소음으로 도심 인근 공항에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상 운송에서도 전기 배터리 기반 해상 운송 선박을 개발한 ‘플릿제로’, 메탄올 연료전지 기반 해상용 발전 시스템을 상용화하고 있는 ‘블루 월드테크놀로지스’ 등이 주목받고 있다.
기후테크를 통해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 연구진들이 설립한 ‘안토라에너지’는 재생에너지를 열로 변환해 고체 탄소블록에 저장하고 필요 시 전기나 열로 전환하는 열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 고온이 필요한 중공업에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스턴메탈’은 전기를 활용해 철광석을 환원하는 무탄소 제철 공정을, ‘브림스톤’과 ‘에코셈’은 석회석 대신 규산염 등 대체 재료를 활용해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시멘트를 개발 중이다. ‘디옥시클’은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기술로 화학 산업의 탈탄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카본큐어’는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주입, 강도를 높이고 탄소를 영구 저장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탄소 감축을 넘어 자원 활용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면화 식물 세포를 바이오리액터에서 배양해 ‘세포 배양 면화’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갈리’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기존 면화보다 물 사용량을 99%, 토지 사용을 97%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77% 이상 줄일 수 있다. 아동·강제노동 등의 윤리 문제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44.01’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해수와 함께 지하 암석(감람암)에 주입해 고체 탄산염으로 전환, 저장하는 ‘탄소광물화’ 기술을 개발했다. 하루 최대 60t(톤)의 탄소를 제거한 실증 결과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시추공 하나당 100t의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목표다. 수천 년이 걸리는 탄소 고정 과정을 1년 내외로 단축할 수 있다.
한경협은 “증기기관 개발에서 비롯된 산업혁명처럼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퀀텀점프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며 “빌 게이츠의 기후테크 투자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유망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민배현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한경협 ESG경영자문단 자문위원)는 “기후테크는 향후 우리 산업구조 전환과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 분야”라며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 등이 주목하는 기후테크 분야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현주소와 기대효과를 정량화해 국내 투자의욕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