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시장에서 법인 매수세가 급감한 반면, 경기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목적 비중이 높은 법인 수요는 자금 조달 여건 악화와 향후 규제에 대한 경계심 속에 관망세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외곽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이다.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에서 법인이 매수한 집합건물은 774건으로 전월(1418건) 대비 4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천도 681건에서 502건으로 26.3% 줄며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법인 매수세가 일제히 위축됐다.
반면 경기도는 1292건에서 1435건으로 11.1% 증가하며 유일하게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광명시는 24건에서 186건으로 8배 가까이 늘었고 화성(91건→267건), 남양주(24건→125건) 등에서도 법인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가 6월 27일 발표한 대출 규제가 시장 전체에 미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전세·집단대출 심사 기준 상향, 고소득자 규제 확대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비록 법인 대출은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자금 조달 여건 악화에 대한 경계감과 관망세가 시장 전반에 퍼지며 법인 매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인 거래는 일반적으로 대형 부동산 투자에 집중되며 수익률 중심의 전략으로 움직인다.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하면 개인보다 대출 한도가 높고 세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법인은 통상 60~80% 수준의 대출이 가능하지만 사업용으로 건물을 매입할 경우 일반적인 투자 목적의 부동산보다 금융기관이 평가하는 리스크가 낮아 최대 80~90% 수준의 대출이 승인되기도 한다. 반면 개인은 DSR과 담보인정비율(LTV) 등 고강도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 외에 세금 부담도 법인은 20% 수준의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만 부담하면 된다.
실제 대출 규제 이후 법인 매수세가 집중된 광명·화성·의왕 등은 최근 수년간 택지 개발, 대규모 정비사업, GTX 등 교통 인프라 호재가 이어진 지역이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규제와 가격 부담이 덜한 외곽지로 법인 수요가 중심부에서 점차 주변부로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법인은 이번 대출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진 않지만 시장의 분위기 변화가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상보다 강한 대출 규제가 발표된 이후, 향후 어떤 추가 규제가 나올지 불확실성이 커져 일종의 관망세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명·화성·남양주 등 외곽지에서 법인 매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서울을 벗어나 규제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